국민연금이 장고 끝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이번 사안의 파장을 고려해 임시주주총회까지 결과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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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
국민연금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먹튀논란'뿐 아니라 재계 30대그룹 사장단들이 모여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의 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점에 부담을 느껴 찬성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는 10일 오후 3시부터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놓고 국민연금의 선택에 대해 논의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안이 미칠 파장을 감안해 최종 결정 내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천억원어치에 이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힘을 실어줘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의 ‘먹튀행위’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은 재계 30대그룹 사장단들이 모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지배구조 안정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위원회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본부 시장급 7명과 팀장급 3명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투자위원회는 두 회사 합병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내부적으로 자체 결정할지, 외부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길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선택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길 경우 의결권전문회위원회는 반대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회의가 끝난 뒤 지영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팀장은 “신중하게 결정했다”면서도 회의내용에 대해서 함구했다. 지 팀장은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그 결과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3시간 이상이나 이어졌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격론이 그만큼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11.21%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합병안 성사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국민연금의 선택이 주목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총의 표대결을 앞두고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제일모직은 10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통합으로 출범하는 회사에 외부인사가 포함된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제일모직이 지난 30일 개최한 긴급 기업설명회에서 이미 밝힌 주주친화정책 가운데 하나다.
제일모직은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등 모두 6명으로 구성하는 등 거버넌스위원회의 구체적 규모와 역할, 운영계획 등을 내놓았다. 제일모직은 합병 삼성물산에서 운영할 기업사회책임(CSR)위원회 운영안도 상세히 제시했다.
제일모직이 거버넌스위원회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은 것은 표대결을 앞두고 주주를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주주 설득작업을 이어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0일 ‘주주들에게 보내는 성명서’에서 “제일모직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저평가된 가격을 제시한 합병안 반대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주주들에 반대표 행사를 거듭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