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2019-10-11 13: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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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란 말은 영어로 번역하기 쉽지 않다. 영미권 외신들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사례를 전할 때 소리나는 대로 ‘Gapjil’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갑질이란 말 자체가 한국 사회 계약관계에서 벌어지는 특수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 이철환 단국대학교 겸임교수.
새 책 ‘을의 눈물’(지은이 이철환, 펴낸이 신현만, 도서출판 새빛) 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의 다양한 양상을 다룬다.
한국사회의 갑질 보고서란 부제가 달려있 듯 수년 전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을 비롯한 재벌가 갑질 사태는 물론 공직사회, 법조계, 언론계, 학계 등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행이나 추행, 신체적 언어적 폭력, 집단 따돌림, 하도급 횡포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갑질의 부끄러운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왜 되풀이 되고 만연할 수 밖에 없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손실과 사회 구성원의 상처,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짚는다.
책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낮은 인권 의식, 전근대적 계급적 사고에서 오는 상하관계,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돈이면 다 된다는 졸부근성, 스펙 위주의 교육풍토, 내부고발의 부재, 외모지상주의 풍토 등도 갑질이 끊이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크고 작은 조직에 속한 우리는 모두 ‘갑’이 되기도 하고 ‘을’이 되기도 한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갑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 '을의 눈물'(이철환 저, 새빛) 이미지.
개인의 성찰 못지않게 갑질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과거보다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개인이나 조직이 갑질 행태를 숨기기 쉽지 않아졌다. 일단 벌어지면 삽시간에 세간에 알려지고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뒷수습을 하기 어렵다.
대기업 경영자, 공직자, 법조계 인사 등 사회지도층은 물론 좀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해법과 대안이 담겨있다. 을의 처지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도 전한다.
저자 이철환씨는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다.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에서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친 뒤 한국거래소,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무엽협회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과천종합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중년예찬’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뜨거운 지구를 살리자’ ‘양극화와 갈등 그리고 행복’ ‘암호화폐의 경제학’ ‘인공지능과 미래경제’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 경제와 사회문화, 미래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탁월한 식견과 필력을 선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