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10-10 13: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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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으로 국내 사모펀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운용자산을 빠르게 키우는 과정에서 투자자산의 부실 우려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
10일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라임자산운용이 또 다시 일부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투자자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일 만기였던 400억 원 규모의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 펀드의 환매를 연기한 데 이어 ‘플루토FI D-1호’와 ‘테티스2호’ 펀드도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짧은 시간에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몰리자 이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토F1 D-1호와 테티스2호의 펀드설정규모는 약 6200억 원으로 증권사의 판매창구를 통해 약 2천~3천 명의 개인투자자에 판매됐다.
라임자산운용은 7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영업행위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데다 8월 펀드 자전거래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 등 각종 악재에 직면하면서 신뢰성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펀드 자전거래란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펀드들끼리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펀드 수익률을 부풀릴 수 있어 자본시장법으로 금지돼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검찰조사와 관련해 직접 언론 보도자료를 내고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바이오빌, 지투하이소닉 등이 횡령 및 배임행위로 라임자산운용에 피해를 입혔다며 선을 그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수탁고 기준 국내 헤지펀드 1위 회사로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해온 회사인 만큼 사모펀드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투자자문업으로 시장에 발을 내민 라임자산운용은 2015년 전문 사모운용사로 전환하며 운용자산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고액자산가 및 프라이빗뱅킹 위주로 고객을 모으며 사모운용사로 전환한 지 1년 만에 1조5천억 원의 운용자산을 확보했다. 올해 7월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무려 6조 원에 이른다.
라임자산운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운용자산을 담을 펀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부실투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투자처가 부족해지자 코스닥기업 위주의 전환사채 등 위험성이 높은 '메자닌'에 투자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 가운데 테티스2호 역시 코스닥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기초로 두는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된 펀드다. 7월 들어 코스닥시장이 침체되면서 펀드 상환이 어려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운용업계의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은 주식을 주로 다루는 자산운용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채권 등 다양한 대체투자로 영역을 넓히며 고성장했지만 그만큼 내부 준법감시 등에 소홀히 하게 되면서 이번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