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희망퇴직 및 조직 축소를 단행하는 와중에도 연구조직을 강화하고 있는데 강 부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로서 중국 업체의 기술 추격을 뿌리치고 LG디스플레이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중국과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연구인력을 충원하는 등 '초격차'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생산규모 경쟁만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중국을 앞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래기술이 필수적이라 연구조직에 더욱 힘을 실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연구인력의 대폭 충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부임한 후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전체 임원과 담당조직의 약 25%를 감축하고 있는 움직임과 대비된다.
강 부사장은 기존 연구조직을 세분화해 목표를 더욱 구체화하고 연구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기 성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기존 연구소를 기반기술연구소와 디스플레이 연구소 등 2개 연구소체제로 재편하는 것도 강 부사장의 그런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연구조직을 기반기술연구소와 디스플레이 연구소로 나눈 것은 선투자가 필요한 미래기술과 선행기술, 상용화 기술을 분류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반기술 연구소에서는 QLED 기술 같이 한 세대를 더 뛰어넘는 미래 기술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기술을 기반기술연구소에서 연구한다는 방향성은 나왔지만 어떤 기술을 기반기술로 연구할지는 조직 개편과 함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부사장은 자발광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기술이나 투명 올레드 기술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평소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칠 방법으로 '올레드 집중 육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QLED는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 라는 상품명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기술이다. 발광층이 양자점 물질로 구성돼 있어 올레드보다 뛰어난 색재현율을 구현할 수 있는 ‘꿈의 기술’로 일컬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자발광 양자점발광다이오드 기술을 개발 중이나 아직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에 나온 삼성전자의 QLED TV는 LCD TV에 양자점 필름인 퀀텀닷 필름을 붙인 ‘QDEF(양자점성능향상필름) LCD’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OLED) 대형패널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QLED 기술 상용화에 한 발 앞서나가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사장은 또 LG디스플레이가 2014년 최초 개발한 플렉서블 올레드와 투명 올레드도 기반기술로 정해 기술력의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접을 수 있거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자동차나 쇼윈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투명 올레드 패널 등을 연구개발 중이다.
앞서 강 부사장은 올해 6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20주년 특별포럼’ 세미나에서 “올레드가 제품형태(폼팩터)가 자유로운 제품을 원하는 수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가 연구조직의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이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파주 10.5세대 올레드 패널 생산라인에 3조 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LCD에서 올레드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대형 올레드 TV패널은 중국 업체들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중국 패널업체인 비전옥즈는 올해 9월 광저우에 커브드, 폴더블, 웨어러블 올레드 모듈 생산라인(6세대 AMOLED)을 건설한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중국 패널업체인 HKC는 후난성에 8.6세대 올레드 생산라인을 착공해 2021년부터 TV용 대형 올레드패널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에 지원금을 실어주고 있어 중국 업체의 성장이 빠르다”며 “우리 디스플레이 업체가 일본을 따라잡았듯 이제 중국 업체가 우리를 쫒아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 업계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사이의 기술격차를 약 2~3년으로 보고 있는데 그 격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 부사장은 2014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로 근무하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상용화가 어렵다고 평가받던 기술개발에 잇달아 성공하며 LG디스플레이의 성장 기반을 만든 인물이다.
최근 세계적 주목을 받은 롤러블 TV에 쓰인 올레드 패널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올해 화이트 올레드를 적용한 배면발광 주조의 8K 올레드 TV용 패널을 양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강 부사장은 대형 LCD패널을 개발할 때 IPS 패널 개발에 성공해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 전성기를 이끄는 데도 한몫을 했다. IPS 패널은 시야각이 178도로 어느 쪽에서 보든 화면의 밝기와 색감 왜곡없이 또렷하게 표현해주는데 VA패널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 TV 패널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한계를 뛰어넘었다.
강 부사장은 1991년 금성 입사한 후 2012년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4년 연말 임원 인사이동에서 최고기술책임자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패널 개발 담당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