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회사들로부터 대규모 정기예금을 유치하는 등 원화 예대율(원화 대출금을 원화 예수금으로 나눈 값) 규제 강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예수금이 최근 크게 늘어난 데다 안심전환대출 실행 과정에서 가계대출이 더 줄어들 여지도 있어 강화된 규제기준에도 원화 예대율 100% 이하를 무난히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7일 “우리은행이 3분기에 보험사와 증권사의 운용자금 등을 정기예금으로 대량 유치했다”며 “강화된 새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원화 예대율이 99% 후반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말에 대출 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는 현재 산정기준으로 원화 예대율 96.9%를 나타냈다.
가계대출에 15% 가중치를 부여하는 새 원화 예대율 산정기준을 적용하면 원화 예대율이 101.2%에 이르러 규제기준인 100%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지만 3분기에 이를 낮춘 것이다.
2020년부터 은행들은 새 산정기준으로 예대율이 100%를 넘어서면 신규대출 등에 제한을 받는다.
우리은행의 원화 예수금 규모가 상반기 약 216조 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만 2조 원 이상 예수금을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증권사와 보험사의 운용 자금을 예수금으로 유치하기 위해 국내 채권보다 소폭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예수금을 대량으로 확보했다면 국고채나 회사채 평균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정기예금 금리로 제안했을 것”이라며 “최근 국고채 3년물이 1.2%의 수준의 낮은 금리를 보이고 있어 우리은행이 그다지 높지 않은 금리로 증권사나 보험사의 자금을 확보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우리은행은 올해 새 산정기준으로 예대율을 99%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3분기 예대율이 99% 후반대까지 떨어졌더라도 4분기에 1%포인트가량 예대율을 더 낮춰야 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목표지만 안심전환대출 실행으로 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행은 안심전환대출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택저당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넘기며 그 대가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받게 된다.
은행이 보유한 주택저당채권이 주택저당증권으로 바뀌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인데 주택저당채권이 가계대출로 새 예대율 산정기준에서 가중치까지 적용받는 것과 달리 주택저당증권은 가계대출로 구분되지 않아 가중치가 없다.
전체 안심전환대출 20조 원 가운데 우리은행 대출 전환규모는 2조~3조 원가량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새 예대율 산정기준으로 3천억~4500억 원가량의 대출 감소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실행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예대율 하락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관 정기예금도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이 4분기에도 예대율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