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서민 주거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공급규모를 크게 웃돌면서 추가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서민금융정책 강화기조와 국민 요구에 맞춰 더 많은 대상자에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조 원 규모로 진행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대출을 1%대 고정금리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당국 지원 프로그램으로 9월 말까지 모두 63만5천여 명이 신청했다.
하지만 대출 지원규모가 20조 원으로 한정돼 약 27만 명에게만 기회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되고 주택 가격이 2억 원 중반대를 넘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은성수 위원장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청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수요가) 몰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안심전환대출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주택 가격을 유일한 심사기준으로 삼은 만큼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는 대상에 거의 포함되지 않아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주택 가격 상한선을 9억 원으로 정해 다수의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지원 범위가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은 위원장은 국감에서 “현실적으로 20조 원 규모인 대출한도를 더 늘리기는 자금여력과 시장 상황, 형평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며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 방향이 그만큼 시장상황과 국민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서민층의 불만이 커져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은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후속조치에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년 총선을 위해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어 더 많은 대상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후속대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은 위원장에게 금융당국이 수요자 측면을 더 면밀하게 고려하고 설계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도 금융당국에 국민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한 서민금융 강화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국민의 요구를 파악한 만큼 앞으로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과 같은 주택대출 지원은 막대한 자금여력이 필요해 단기간에 재개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은 위원장은 국감에서 주택보유자뿐 아니라 전세대출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검토하겠다며 차기 지원정책은 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예고했다.
금리 인하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변동금리 주택대출을 받은 거주자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융지원 대상이 주택 비소유자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신청에서 나타난 수요를 반영해 전세와 월세 금융지원을 위한 재원 확대, 관련된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