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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송도플랜트에서 삼성 바이오사업 기자 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가치는 얼마나 될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의견이 가장 엇갈리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이 책정한 합병비율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에서 보는 바이오사업의 가치는 1조 원대다. 그러나 반대쪽은 무려 10조 원대에 이른다고 평가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잇따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서 바이오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오시밀러시장에 진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 내는 삼성 바이오사업
삼성바이오에피스는 6일 바이오시밀러 SB5의 임상3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B5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12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바이오의약품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라 있다. 휴미라는 2016년 미국특허가 만료되고 2018년 유럽특허가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SB5가 임상시험을 통해 휴미라와 동등한 효능을 확보한 만큼 특허만료 이후 시판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SB4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SB2의 개발을 마치고 유럽의약품청에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여기에 휴미라까지 임상3상을 마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 등 자가면역질환의 3대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했다. 휴미라와 엔브렐, 레미케이드의 연간 판매액은 30조 원에 이르고 있어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3대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한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다며 “본격적으로 시판하면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바이오사업의 가치가 더욱 주목된다.
특히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가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서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5.65%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0.3%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는 합병비율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해석했는데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를 1조5천억 원으로 평가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시장이 평가한 바이오사업 가치가 7조5천억 원이라고 반박했다.
국내 증권 전문가들은 이보다도 높은 가치를 책정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가정하면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는 2020년 9조9천억 원”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 뒤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는 최대 1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바이오시밀러 성공
하지만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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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성공이 반드시 바이오사업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는데 경쟁에서 밀려나 시장안착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암젠,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 등 10여 곳이 개발에 나섰다.
이 가운데 인도 제약사인 자이더스 카딜라는 이미 지난해 인도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익셈프티아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도 휴미라의 5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다.
암젠 역시 임상 3상에서 바이오시밀러 ABP501이 휴미라와 동등한 성능을 나타낸 것을 확인했다. 어느 곳이 기존 휴미라의 시장을 가져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주요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보이지 않는 그 나라 제약사 보호장벽도 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자국 바이오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2012년 정비하고 시장을 열었으나 여전히 식품의약품의 판매허가를 얻기는 쉽지 않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판매허가를 신청했으나 1년이 가깝도록 승인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미 판매허가를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상반기에 식품의약국이 판매를 허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
특히 식품의약국은 램시마 판매허가와 관련한 외부 자문위원회를 3월에 열기로 했다가 10월로 연기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램시마보다 2주 앞서 판매허가를 신청한 노바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작시오는 올해 3월 판매허가를 받았다.
기존 오리지널약 제조사들도 바이오시밀러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휴미라의 제조사인 애브비는 휴미라의 제형을 바꾼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미국과 유럽에 승인을 신청했다. 애브비는 휴미라와 완전히 다른 제형인 신제품이 임상시험에서 기존제품보다 장점을 보였다며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기 전에 기존 휴미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