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지지도나 정치경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당내 지지기반을 확보해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히려면 내년 총선에서 기회를 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이 총리는 2018년 10월경부터 범진보 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줄곧 지킨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7월경부터는 보수와 진보를 통틀어 다음 대통령 후보로 국민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이 총리의 인기는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내각을 이끌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노련하게 뒷받침한다는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정부질문 등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는 장면도 매번 화제가 되며 이 총리의 인기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관가에서도 이 총리는 능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 총리가 워낙 깐깐한 편이라 아래 사람들이 피곤해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철두철미하고 유능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회의원에 4번 당선된 뒤 전라남도지사로도 일한 적이 있어 행정부와 입법부, 지방자치단체장 경험을 다 갖춰 정치적 경륜이 남다른 것으로도 평가된다.
하지만 이 총리가 민주당 주류에서 비껴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총리는 (민주당 대선 경쟁에서) 페이스 메이커에 불과하다"고 깎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이야 이 총리가 인기를 끌지만 대선이 본격화할수록 민주당의 주류세력에 밀릴 수 있다는 말이다.
과거에도 이수성, 고건, 정운찬 등 국무총리를 지내며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던 인물들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국무총리 출신 대통령은 전무하다. 대중적 인기가 있어도 정당 내 정치적 기반이 없으면 국민 지지도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이 총리가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내년 4월 총선이 당내 입지를 구축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도 총선을 위해 이 총리와 같은 ‘간판’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8년 5월 지방선거 때만 해도 민주당의 간판은 문 대통령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 여론조사 지지율은 70%대를 유지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너도나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선거운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 대로 주저앉으며 내년 총선 때는 문 대통령의 후광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이 총리가 총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민주당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 이 총리가 총선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 선거운동을 지원하며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상징성 있는 지역구나 야당이 강세인 지역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원활한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 이 총리가 유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각종 국정 현안이 쌓여있는 데다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의 야당의 정치공세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리는 향후 총선 역할론을 놓고 “저도 정부와 여당에 속한 일원으로 거기서 뭔가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며 총리에서 물러나면 정치에 복귀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방글라데시를 공식방문했을 때 “내 심장은 여전히 정치인”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