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 ‘TV전쟁’을 놓고 어떤 판단을 내릴까?

27일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광고를 놓고 허위과장 광고라며 신고한 사안을 놓고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19일 공정위에 삼성전자가 QLED TV라고 광고한 제품이 기술적으로 따져보면 QLED TV로 볼 수 없다며 삼성전자의 광고가 허위광고라고 신고했다.

공정위가 판단하는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건’의 근거 법령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제3조 제1항에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허위광고는 같은 항 1호의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해당된다.

공정위는 허위광고 사례에서 통상적으로 △표시·광고 내용의 거짓 및 과장성 △소비자 오인성(소비자가 잘못 판단할 위험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이번 사안에서 표시·광고 내용의 거짓 및 과장성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사실은 양자점 필름을 덧댄 LCD TV라는 LG전자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가 관건이다.

QLED(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란 양자점발광다이오드라는 뜻으로 전압에 따라 스스로 다양한 빛을 내는 양자점 소자로 화면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액정표시장치라는 뜻으로 전기적 변화에 따라 투과도가 변하는 액정장치에 별도의 후광을 투과시켜 화면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QLED와 LCD의 구체적 구별기준 등은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며 "공정위는 기술적 판단이 필요할 때 통상적으로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주로 광고를 통해 가전제품의 기술적 정보를 판단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사실과 다른 광고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소비자 오인성이 인정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 저해성과 관련해서는 TV가 QLED인지 LCD인지 여부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한다.

공정위 심결례를 살펴보면 공정거래 저해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문제된 광고의 표시 내용을 보고 이전 또는 다른 제품보다 개선된 제품으로 느끼고 선택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

이번 QLED TV 사안에서는 소비자들이 QLED를 LCD보다 개선된 기술로 인식하고 TV를 구매하면서 어느 기술이 적용됐는지를 선택기준으로 고려할 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삼성전자가 위법한 허위광고를 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TV가 고가의 가전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정보검색을 한 뒤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점은 공정경쟁 저해성이 인정되는 데 유리한 요소다.

다만 소비자들이 QLED와 LCD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실제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확인한 뒤 구매한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자료를 들며 반대논리가 나올 수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분쟁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허위광고 건 외에도 TV와 관련해 8K 영상의 화질 선명도, 재생오류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두 회사 사이 분쟁은 TV를 넘어 자동세척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 다른 가전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기업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두 기업 모두 공정위의 판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데다 공정위의 행정력 등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에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