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의 오너2세인 장원준 전 사장이 글로벌 신약인 말라리아 치료제 성과를 발판삼아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도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20년 3월24일 임기를 마치는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 사장의 뒤를 이어 장 전 사장이 신풍제약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풍제약은 1962년 세워진 중견 제약사다. 70년대 ‘메벤디졸’ 등 구충제 품목군으로 사업기반을 다졌으며 현재 매출 2천억 원대를 내는 전문의약품 중심의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장 전 사장은 신풍제약의 창업주 장용택 회장의 장남이다. 아주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신풍제약에 입사한 뒤 기획실장과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쳤다.
장 전 사장은 2009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신풍제약의 고속성장을 이끌었지만 2011년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제약업계에서는 신풍제약 신약의 해외진출 성과가 장 전 사장의 복귀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신풍제약은 최근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앞세워 실적을 늘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피라맥스는 신풍제약이 2000년부터 12년에 거쳐 개발한 치료제로 2011년 국산 신약 16호로 허가를 받았다. 2012년 유럽의약품청 허가, 2017년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리스트 등재,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의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받았다.
피라맥스는 2018년 아프리카에 시판된 뒤 현재 코트디부아르, 콩고공화국, 니제르 등에 국가 치료지침 1차 치료제로 등재됐으며 아프리카 10개국에도 진출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신풍제약은 대표품목의 부재, 내수에 국한된 제네릭(화학의약품)의 영업 한계로 전반적 실적은 정체된 상태지만 피라맥스의 해외성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장 전 사장은 신풍제약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피라맥스 등 신약 개발을 이끌었다. 신풍제약이 개발하고 있는 뇌졸중 치료제에도 관여했다.
피라맥스의 해외 매출이 늘어 신풍제약의 실적이 개선된다면 장 전 사장이 자연스럽게 경영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사장은 신풍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신풍제약에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며 복귀를 위한 기반을 이미 닦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사장은 2015년 신풍제약의 지주회사인 송암사에 지분을 현물 출자해 신풍제약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송암사는 장용택 회장의 호인 ‘송암’을 따서 신풍제약이 세운 회사로 부동산 임대와 컨설팅 업무를 목적으로 설립된 장 전 사장의 개인회사다.
송암사는 2016년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신풍제약 오너일가의 지분을 넘겨받아 신풍제약 최대주주가 됐다. 장 전 사장은 현재 송암사의 지분 61.88%를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풍제약 신약의 잇따른 수출로 고무된 분위기가 장 전 사장의 경영복귀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