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한국도자기 사장이 72년 만에 처음으로 공장 문을 닫는 위기에 몰렸다.
김 사장이 도자기업계 불황으로 한국도자기의 적자가 가중되는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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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신 한국도자기 사장. |
한국도자기가 7월 한 달 동안 충북 청주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도자기는 8월 1일부터 9일까지 기계 점검을 마친 뒤 10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간다.
한국도자기는 직원들에게 100% 유급휴가를 주고 8월10일부터 정상출근하도록 했다.
한국도자기가 공장가동을 중단한 것은 1943년 청주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 7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도자기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 '고용유지 조치 계획서'를 낸 것으로 알려져 감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도자기 임직원은 500여 명인데 이미 임원급 간부들은 사직서를 낸 상태다.
고용유지 조치는 경영악화로 정상적 회사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직원들이 휴직하고 정부가 이들에게 기존 임금의 50∼70%를 지급하는 제도다.
김 사장이 한국도자기의 공장가동을 멈춘 것은 내수불황으로 경영실적이 악화하면서 생산하면 할수록 손실이 불어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도자기는 수입도자기와 중국산 브랜드의 저가공세 탓에 2010년 매출 517억 원을 올린 뒤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도자기 매출은 2012년 465억 원, 2013년 404억 원, 2014년 384억 원으로 매년 줄었다. 한국도자기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영업손실 35억 원, 76억 원을 봤다.
한국도자기 매출이 갈수록 줄어든 데는 도자기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도자기업계에 최근 들어 SPA 열풍이 불고 있다. 가구업체 이케아뿐 아니라 ‘자주’ ‘버터’ ‘모던하우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생활용품 SPA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그릇을 합리적 가격에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릇을 의류처럼 자주 바꿔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자기는 그동안 고급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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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자기 프리미엄 브랜드 '프라우나'. |
한국도자기의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점도 경쟁력을 깎아내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의 동생인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2004년 김 회장의 장남인 김영신 사장이 회사를 물려받자 2005년 한국도자기의 인도네시아공장을 들고 분사해 ‘젠(ZEN)한국’을 세웠다.
젠한국은 젊은층을 상대로 1~2인 세트를 개발하고 매장을 늘려 한국도자기의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도자기업계 2위업계인 행남자기도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 행남자기는 지난해 1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행남자기는 최근 들어 화장품원료사업에 진출을 선언하고 효성과 컨소시엄을 맺어 지역언론사 인수에 나서는 등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