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과거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대치 정국'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정치력을 다시 시험받게 됐다.
5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나 원내대표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한 점을 놓고 한국당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당이 기존에 요구했던 인사청문회안에서 후퇴한 부분이 많은 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이 관철한 사안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청문회 개최에 따른 한국당의 실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 11명을 부르기로 합의했지만 한국당에서 요구해 왔던 조 후보자 가족은 모두 빠졌다. 청문회 기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줄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임명 수순을 밟을 명분이 마련된 반면 한국당이 특별검사나 국정조사 도입을 추진하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서 청문회 개최 합의를 실책으로 바라보면서 “(야당은) 무슨 지은 죄가 많아서 문재인 정권의 2중대를 자처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남 전 한국당 의원도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 원내대표가 양보를 너무 많이 했다”며 “협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협상력과 정치력 문제를 지적받은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의결 이후 국회가 공전하던 상황에서도 같은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국회 파행 80일을 넘어선 6월 말 임시국회를 열기로 민주당·바른미래당과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이 합의안 추인이 부결되면서 리더십 논란이 일어났다.
그때도 한국당 내부에서 국회 정상화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가 실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당 내부에서 협상력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는 12월에 끝난다. 다만 한국당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는다면 2020년 4월 총선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나 원내대표는 8월 초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임기 연장안을 의원총회에 상정할 것인지 질문받자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상정을) 내가 안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나 원내대표에게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6월 말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부결됐을 때는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를 좀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지만 지금은 사퇴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나 원내대표도 “조 후보자의 청문회는 그의 위법과 위선, 위험을 모두 정리해 국민에게 생중계로 보여주는 ‘사퇴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눈에 띄는 의혹의 공론화에 성공한다면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말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한국당 의원들도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논란 등 새롭게 불거진 의혹을 검증하는 데 온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당은 표창장 논란의 당사자 격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가 민주당이 '
조국 후보자 본인과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결국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