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문 대표가 펙사벡의 간암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뒤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라젠은 현재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은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제네론의 면역관문 억제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의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 억제제 ‘임핀지’와 병용임상도 하고 있다.
2020년 1분기에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면역관문 억제제의 병용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라젠은 그동안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펙사벡과 표적항암제 ‘넥사바’ 병용요법 임상3상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면역관문 억제제와 펙사벡의 병용요법이 더욱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이 임상3상을 시작할 2015년에는 넥사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유일한 간암 치료제여서 임상을 그렇게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세월이 흘러 면역관문 억제제들이 판매허가를 받으면서 펙사벡의 활용 가능성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펙사벡의 병용임상을 향한 기대감은 신라젠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라젠 주가는 8월2일 펙사벡의 임상3상 실패, 8월28일 검찰의 신라젠 본사 압수수색 등의 악재로 최근 한 달 동안 4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9월2일에는 주가가 다시 14.76%나 뛰며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라젠은 사실상 신약 후보물질(파이프파인)이 펙사벡 하나”라며 “2일의 주가 반등은 투자자들이 아직 펙사벡의 병용임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펙사벡이 병용임상을 통해 신약으로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펙사벡의 병용임상이 성공하려면 경쟁 약물의 병용요법보다 임상적으로 향상된 효과를 보여야 하는데 이는 간단하지 않다. 이미 신라젠의 펙사벡에 앞서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많다.
신장암에서는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와 표적항암제 ‘렌비마’의 병용요법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장암 1차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미국 식품의약국이 신약의 판매 승인 관련 비용과 허가기간에서 혜택을 부여한다.
대장암에서는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와 ‘여보이’가 병용요법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머크는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의 병용임상을 268개, 바이오기업 BMS는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의 병용임상을 242개나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이 수많은 이들 경쟁 약물보다 병용임상에 높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해야 신약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게다가 면역관문 억제제 병용요법은 최근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차지할 만큼 글로벌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면역관문 억제제 ‘임핀지’는 지난해 폐암, 두경부암의 병용임상에 실패했다. 면역관문 억제제와 같이 투여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던 ‘IDO1 억제제’도 최근 연이어 병용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 하반기 항암제 분야에서 관심이 높았던 영역이 면역항암제,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병용투여와 관련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었다”며 “많은 병용투여 임상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임상에 실패하거나 기대이하의 반응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