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구직자들이 8월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방문해 구직 정보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현상유지처럼 보이지만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채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들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측정해 발표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채용규모는 2150명가량으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신입행원 410여 명, 경력직 140여 명을 더해 모두 55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아직 채용공고는 나지 않았지만 신한은행은 370여 명, 하나은행은 400여 명, 우리은행은 450여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렸다. 상반기에 이미 일반행원과 리테일서비스(RS)직군 등을 합쳐 630명을 채용했는데 하반기 채용 예정인 인원을 더하면 연간 1천 명 가까이 된다. 지난해 900명보다 100명 더 많은 규모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일자리 창출 압박으로 전년보다 많은 인원을 새로 채용했는데 올해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비대면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영업점을 비롯해 관련 인력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 수(출장소 포함)는 4682개로 지난해 12월보다 17개 감소했다.
은행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점포를 급격하게 줄여왔다. 2015년 5093개에 이르렀던 점포 수는 올해 상반기까지 400개 넘게 줄었다.
그러나 채용규모를 줄이기엔 돈도 많이 버는 은행들이 채용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따로 발표하기로 하면서 압박강도는 더욱 세졌다. 금융위는 당초 8월 일자리 창출효과 지표를 발표하려 했으나 9월로 미뤘다.
이에 앞서 6월 금융위는 ‘일자리 중심 경제’를 달성하겠다며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조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하며 은행의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은 물론 각 산업에 지원한 자금규모 등 간접적 일자리 기여도까지 모두 포함된다.
은행들 처지에선 이번 발표를 채용 확대 압박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엔 올해 상반기 채용까지만 포함됐지만 앞으로 매년 조사가 이뤄질 수 있어 경영환경과 무관하게 채용규모를 쉽게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이자놀이’라는 비판 등으로 은행을 향한 시선이 따가운데 일자리로 줄을 세우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개별 은행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효과를 숫자로만 따지는 건 최근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