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기자 wisdomp@businesspost.co.kr2019-09-02 15: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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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수입사인 E1이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LPG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 LPG 유통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동산보다 저렴한 미국산 LPG의 수입비중을 늘려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구자용 E1 대표이사 회장.
2일 LPG유통업계에 따르면 E1을 포함한 국내 LPG 유통사들이 9월분 국내 LPG 유통가격을 사실상 인하했다.
프로판은 24원 내리고 부탄은 환원되는 유류세를 반영하지 않고 동결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내렸다.
7월 100원, 8월 20원 씩 가격을 내린데 이어 3개월째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것이다.
E1이 9월분 LPG 유통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계약가격(CP)이 내리기도 했지만 셰일가스를 통해 저렴하게 생산되는 미국산 LPG의 수입 비중을 확대한 덕도 본 것으로 파악된다.
E1의 2019년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E1의 전체 LPG 수입량 가운데 7%를 차지하던 미국산 LPG는 2018년에는 11.4%, 2019년 상반기에는 13.4%로 늘었다. E1은 미국산 LPG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수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산 LPG는 중동산보다 대체로 저렴하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운임 및 보험료를 포함한 가격(CIF)을 기준으로 7월 미국산 LPG 수입가격은 배럴당 34달러65센트, 중동산은 54달러76센트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로 시선을 옮겨도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산 가격은 40달러4센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등 중동산 가격은 40달러92센트 수준으로 미국산 가격이 1달러 가량 낮았다.
한동안은 미국산 LPG가 더 저렴할 것으로 보여 E1은 수익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가격을 결정할 때 운신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운하 등의 확장으로 미국에서 동아시아까지 LPG를 운송하는 기간이 짧아졌고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량을 더욱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E1을 비롯한 국내 LPG 유통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인 아람코가 원유가와 현물가격을 고려해 달마다 공표하는 계약가격에 환율, 세금 운송료 등을 더해 LPG 유통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계약가격 인상분을 국내 LPG 유통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도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되자 LPG연료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최대한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데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E1은 계약가격 인상분을 LPG 유통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에도 가격을 동결하거나 계약가격 인하분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악화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계약가격은 프로판은 톤당 430달러, 부탄은 420달러였으나 계속 가격이 오르며 5월에는 프로판은 525달러, 부탄은 530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현재 환율기준으로 추산해보면 당초 120~140원 수준의 가격을 인상했어야 했으나 E1은 5월 1kg당 68원을 인상한 것 외에는 올해 6월까지 모두 LPG 유통가격을 동결했다. 이에 따라 E1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분기 284억 원에서 48억 원수준으로 83%가까이 줄었다.
E1은 미국산 LPG 도입을 늘려 계약가격의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미국산 LPG는 중동산보다 운송거리가 길고 수송비용도 비싸지만 가격 경쟁력이 그를 상쇄하고 있어 운송료가 저렴할 땐 미국산 LPG 수입을 늘리고, 계약가격 부담이 낮을 땐 중동산 LPG를 수입하는 등 수입비중을 조절할 수도 있다.
E1 관계자는 “미국산 LPG를 국제시장에 내놓는 딜러들도 결국 계약가격을 기준으로 가격폭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계약가격에서 벗어난 가격결정 구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미국산 LPG 가운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 매물이 많으며 미국산 공급이 늘며 전체 LPG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