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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최갑렬 제주관광공사 사장. |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32만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 가량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면세점이다.
관세청이 7월 신규 면세사업자 4곳을 뽑는데 이 가운데 한 곳은 제주도 몫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 못지않게 제주도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6일 제주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제주도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1895명 가운데 80% 이상이 면세점에서 쇼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51.7%는 롯데면세점, 31.7%는 신라면세점에서 쇼핑했다. 제주시 동문시장이나 중앙로 지하상가 등 면세점 외의 재래시장 방문비율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최근 메르스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었지만 지난달 기준 제주 방문 외국관광객은 최단기간에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요우커(중국 여행객)가 85%를 차지했다.
요우커는 제주 면세시장에서도 큰 손이다. 하지만 이들이 면세점에서 돈을 펑펑 써도 제주도민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제주 지역경제에 깊숙이 들어온 중국자본이나 대기업만 혜택을 입을 뿐 지역경제에 도움이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도도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1일 입찰신청을 마감하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함께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 제주 면세점의 경우 중소중견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경쟁률은 3대 1이다. 이번 경쟁에 7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제주면세점’, 내국인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주관광공사’, 인천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엔타스듀티프리’가 후보로 나섰다.
제주관광공사는 공기업인데 공기업이 입찰전에 나서자 민간기업 후보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민의 입장은 다르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가 제주지역 경제에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 등 제주지역 기관과 단체들은 면세점사업에서 얻는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려면 제주관광공사의 입찰참여가 정당할 뿐 아니라 선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이런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원 지사는 3월31일 김낙회 관세청장을 만나 “제주도민들은 사기업보다 지방공기업이 시내 외국인면세점 사업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지역사회 공헌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역경제 기여도가 고려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중소중견사업자 대상 제한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재무건전성 등을 포함한 운영능력도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면세점 컨소시엄에 참여한 7개 업체는 휴게소 유통업체인 부자, 종합아웃소싱기업 삼구INC, 부영주택, 셋톱박스 회사인 DMT, 제주 현지업체 3곳 등이다. 이들 중견업체들은 비교적 재무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후보지가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부영호텔이라는 점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부영건설은 이곳에 특급호텔 5개, 워터파크 등 복합 리조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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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기존 대기업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주시내에서 면세점을 열고 있는 점도 점수를 보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타스듀티프리는 지난달 인천 시내면세점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해 7월부터 인천항 면세점도 운영중이어서 면세점 운영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도동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제주 면세점시장은 신규사업자 선정 외에도 기존 양강인 롯데와 신라의 맞대결도 주목을 받는다.
신라면세점이 그동안 제주시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해 왔는데 롯데면세점이 최근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면세점은 19일 서귀포 중문단지 매장을 시내로 확장이전해 개장했다. 신라면세점과 불과 500미터 거리에 불과하다.
신라면세점은 제주점 안에 명품 브랜드 샤넬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롯데면세점의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샤넬은 요우커들에 인기 높은 명품 브랜드다. 롯데 제주면세점은 아직 샤넬을 입점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신규 면세사업자가 선정되면 제주 면세시장은 기존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의 3파전 구도로 바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