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
소설가 신경숙씨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표절논란이 불거진 지 엿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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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신경숙씨. |
신씨는 표절의혹 제기에 수긍하면서도 의도적 표절은 아니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신씨는 23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의도적 표절의혹이 아니라고 우회적으로 항변했다.
신씨는 창비 출판사와 상의해 문제가 된 소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지만 이번 사안에 떠밀려 절필할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표절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는 데도 침묵을 지켜 더욱 논란을 키웠다. 소설가 이응준씨가 의혹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뒤 6일 만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신씨가 입을 열기는 했으나 직접 사과하지 않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에 신씨의 미온적 입장 표명에 불만을 표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신씨가 작가 특유의 오만하고 교묘한 화법으로 표절논란을 비켜가려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신씨가 사회적 논란의 주인공이 됐는 데도 작가적 양심에 따라 솔직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상에 문제가 됐던 작품의 일부를 패러디한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신씨를 두고 ‘신도리코’라는 별명이 등장하기도 했다.
신씨의 입장 표명에도 작품 자체의 표절시비를 가리는 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23일 긴급토론회를 열어 신씨의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의식적이고 명백하게 표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토론에서 “작가적 기본윤리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개탄할 만한 상황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씨를 검찰에 고발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씨의 입장 표명이 나온 뒤 “신씨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며 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원장은 “신씨가 기억의 한계 등을 언급하면서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법리적 검토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문제는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건데 비교된 문단을 검토했을 때 충분히 고의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 원장은 지난 18일 신씨를 업무방해와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