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에 추가로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전경련 패싱' 분위기를 고려하면 실제 참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18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경련을 정부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과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갖춘 경제단체로 꼽힌다. 특히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과 직원을 서로 파견하는 등 지속해서 교류해 왔다.
두 단체가 주최하는 한국-일본 재계회의도 11월 일본 도쿄에서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국내 경제단체들은 일본과 소통이 여의치 않은 상황과 비교된다.
예컨대 대한상공회의소는 2018년 11월 예정됐던 일본상공회의소와 회장단 회의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의견 차이로 연기된 뒤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당은 일본 수출규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전경련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의 '일본 수출규제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 전경련 인사가 참여하기도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근 대국민담화에서 “전경련과 게이단렌을 비롯한 두 나라 경제단체 사이에 교류를 유도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민관협력체계의 틀 안에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 경제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에 전경련도 포함해야 한다고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전경련도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면서 ‘일본 전문가’ 이미지를 적극 앞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전경련 패싱’ 극복을 염두에 둔 활동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7월15일 한국 대상의 수출제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국내 경제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일본에 냈다.
전경련 아래 한국경제연구원도 7월과 8월에 걸쳐 일본 수출규제에 관련된 세미나를 두 차례 열어 전문가들의 진단과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경련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4월부터 두 나라의 관계와 관련된 긴급 좌담회와 분석보고서 등을 계속 내왔던 점을 들어 일본 관계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7월 기자들에게 “전경련이 (경제단체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지금도 많은 네트워크를 갖췄는데 (수출규제 논의에서 배제돼)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경련의 민관정협의회 참여 등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 5당에서 의견을 다시 모아서 주면 김영주 민관정협의회 회장(한국무역협회장)과 함께 관계 부처와 이야기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안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최순실 국정 농단'에 관련됐던 전경련을 향한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청와대는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7월에 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단체장·대기업 총수 간담회에 전경련을 부르지 않기도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7월 전경련 세미나에서 나온 ‘정치 외교 실패가 원인’ 등의 말들을 놓고 “일각에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20일 한국경제연구원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하면서 민주당과 전경련의 관계가 호전될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