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리면서 한국전력공사는 요금인하 압박이라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게 됐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유가하락에 따른 요금인하 압력을 강하게 받아 왔다.
조 사장은 이번 정부의 ‘한시적’ 요금인하 조치로 한전의 수입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앞으로 요금인하 부담에서 자유롭게 됐다.
무엇보다 전기요금의 틀을 바꾸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요금을 내렸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가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부담이 됐던 대통령의 지시도 이행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는 조환익 사장의 '절묘한 한 수'라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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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정부의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 조치로 한전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전 입장에서 이번 조처는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최상의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꼼수'로 비쳐진다.
서민가계 부담 완화라는 애초 전기요금 인하 취지를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하폭이 너무 작은 데다 이것마저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7월부터 9월까지 석달 동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4구간에 3구간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가구당 월 평균 8천 원 가량의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와 여당이 그동안 전기요금 인하를 검토하면서 조 사장은 한전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력발전 원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전기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며 “전기료인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에 유가 절감분이 반영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내려야 하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하폭이 3~5%가량 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발표하면서 시장이 예상하던 전기요금 인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조 사장은 전기요금 인하라는 불안요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 연구원은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적어도 대규모 요금인하 가능성은 줄었다”며 “정부 에너지정책에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요금을 또 인하하면 원칙없는 선심성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전 입장에서 향후 전기요금 인하를 늦추거나 인하율을 줄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한전은 요금인하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풀이했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도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조치를 발표하면서 “당장 전기요금을 인하하거나 조정할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시적 전기료 인하 조치는 한전의 경영실적에 큰 영향을 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에 따른 요금경감 효과는 약 5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기요금 약 1% 인하에 맞먹는 수준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한전은 약 5천억 원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3% 가량 요금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요금인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가계부담 경감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누진제 4구간에 요금할인 혜택을 부과했는데 4구간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요금인하 요구로 궁지에 몰린 한전 봐주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전은 17일 이뤄진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지난해 C등급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 부채 감축과 해외매출 증가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