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집단소송 제기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파생결합증권(Derivative Linked Securities)은 주가 및 주가지수를 비롯해 이자율, 환율, 실물자산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합리적 방법으로 가격이나 이자율을 산정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 등도 기초자산이 될 수 있어 상품설계 범위에 제한이 없다. 운용성과가 아닌 사전에 정해진 조건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민원이 제기된 파생결합증권은 독일 국채 금리,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등에 연계된 상품이다. 독일 국채금리에 연계된 상품은 현재 80% 정도의 원금손실, 영국 이자율스화프 금리에 연계된 상품은 50% 정도의 원금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상품의 만기까지 연계된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손해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에 연계된 상품은 만기가 9월로 사실상 손실이 유력하다.
파생금융상품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데 문제가 크게 불거진 주된 이유는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두 곳 은행에서 판매한 파생결합증권의 투자자 손실규모만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점이다.
예상 피해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은행들의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리기 위한 고위험 사모 파생상품 판매 확대가 꼽힌다.
특히 은행의 프라이빗뱅킹 창구는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확대에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모 파생상품은 주로 증권 점포를 통해 판매됐지만 은행들이 최근 은행과 증권 복합점포를 늘리면서 프라이빗뱅킹 창구에서 사모 파생상품 판매규모는 최근 2년 동안 20% 넘게 늘었다.
게다가 은행들이 단기간에 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면서 프라이빗뱅커들로 하여금 고위험 상품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독일 국채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은 만기가 4~6개월 정도로 다른 파생상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짧을수록 은행은 여러 번 수수료 수입을 낼 수 있다.
게다가 프라이빗뱅커에게 지급되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의 선취 판매수수료를 비교적 높은 1~1.5%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조건이 맞물리면서 프라이빗뱅커들의 고위험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 판매 동기가 커졌고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오랜 거래로 신뢰가 쌓인 프라이빗뱅커들의 권유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투자를 결정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은 3월에 이미 투자자의 손해가 발생하는 ‘녹인(Knock-In)’ 상태에 들어섰음에도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결합증권 관련해 은행권은 물론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까지 폭넓게 들여다 볼 것”이라며 “아직은 문제가 된 파생상품의 판매규모, 판매실태 등을 파악하는 단계로 실제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는지 결론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