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흔들리고 있다.
정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SK루브리컨츠 매각이 무산됐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펙스협의회에서 반대에 부딪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SK그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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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게다가 정 사장은 SKC&C 대표 시절 일어난 방산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구조조정도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 매각이 무산되면서 정철길 사장은 앞으로 SK루브리컨츠 기업공개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투자자의 주목을 받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상황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매각과 기업공개를 놓고 저울질을 하다 매각이 무산된 것은 결과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패착을 둔 셈이다.
특히 SK루브리컨츠 매각이 무산된 것이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퍼지면서 정 사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루브리컨츠가 향후 성장성이 높은데도 굳이 매각할 할 필요가 있냐"며 제동을 걸었다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SK그룹 관계자는 이런 말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펙스협의회는 ‘따로 또 같이’라는 원칙으로 최고경영자 개개인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며 “수펙스협의회가 반대했다면 처음부터 미리 반대의사를 밝혀 추진 자체를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펙스협의회에서 정철길 사장은 제일 연장자고 전략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입지가 공고하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 매각무산과 관련해 공시 외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이 SKC&C 사장 시절 일어난 방산비리와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자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C&C의 방산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SK그룹 관계자는 “참고인 소환은 비공개가 원칙인데 유감”이라며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라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취임한 뒤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을 8조 원 대에서 올해 안에 6조 원 수준으로 줄이겠다며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