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외부위탁 운용시장(OCIO)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산운용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외부위탁 운용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여유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사업으로 200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외부위탁 운용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운용수익률을 결정짓는 차별화된 자산배분전략,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정 사장이 뱅가드그룹과 자산관리(WM)사업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975년 설립된 뱅가드그룹은 2019년 5월 말 기준 5조4천 억 달러(약 6400조원)를 운용하고 있다. 세계 170개국에서 2천만 명의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 뱅가드그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수의 수익성에 연동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이 앞으로 뱅가드그룹과 협력범위를 넓혀 리서치자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등을 공유하게 되면 세분화한 자산배분전략을 실행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뱅가드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고객의 글로벌 자산배분전략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조직개편과 인력양성을 진행하며 외부위탁 운용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했다.
지난해 말 외부외탁 운용부문 관제탑 역할을 담당할 ‘OCIO솔루션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OCIO솔루션센터는 솔루션팀(태스크포스, 입찰, 운용사, 기금담당 관리)과 영업팀(공기업 등)으로 나눠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외부위탁 운용 전문가 직원 교육프로그램 ‘OCIO’스쿨을 통해 70명가량의 인력을 키웠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직원들은 외부위탁 운용 전문인력으로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며 “외부위탁 운용 업무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도록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외부위탁 운용사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외부위탁 운용 노하우를 쌓기 위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7월 초 금융투자협회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3월에는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선정에 참여했지만 한국투자증권에 밀렸다. 하지만 2018년 6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던 19조 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의 전담 운용사로 뽑혔다.
정 사장이 자산운용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외부위탁 운용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외부위탁 운용시장 규모는 주택도시기금, 고용 및 산재보험기금, 연기금 등을 합하면 10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공적기금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여유자금 위탁운용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외부위탁 운용시장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형 퇴직연금 규모는 2050년에 2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담은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산운용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평균 누적수익률에서 1위를 보이고 있다”며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활용하는 자산배분전략을 기금운용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은 외부위탁 운용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말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평균 누적수익률은 13.37%에 이르러 업계 평균인 7.2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개인이 구체적 운용지시를 하지 않고도 금융투자회사에 자산운용을 맡길 수 있는 상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