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원도를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선정해 원격의료를 일부 허용하면서 관련한 기업의 성장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디지털헬스케어업계와 기업신용평가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서 종합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하고 이 과정을 실증할 수 있도록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면서 의료법 때문에 원천적으로 막혀있던 디지털헬스케어사업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디지털헬스케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의 원격의료 분야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졌다”며 “강원도에서 진행되는 정부의 원격의료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석구 한국기업데이터 기술평가팀장은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와 관련한 후속정책이 마련될 것”이라며 “원격의료에 아직 반대 목소리가 높은 편이지만 제한적 범위를 시작으로 종국에는 전면시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장기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며 관련한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서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은 의료법 등 제약조건이 많지만 글로벌 진료 트렌드에 따라 국내 상황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원격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사업에서 관련 기업들이 성장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셀트리온 등 국내 굴지의 헬스케어기업들은 원격의료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30년까지 원격의료와 인공지능 분야에만 1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등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원격의료 도입을 대비해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의료영상정보 솔루션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유비케어와 비트컴퓨터는 전자의무기록(EMR) 서비스사업을 바탕으로 의료 정보통신기술시장에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이 기업들은 원격의료와 관련한 기술개발을 통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도 다수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 때 집중적으로 추진하다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원격의료에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원격의료에 관한 논의가 잠시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보건소 등 의료시설에서 의료진 사이에 협진하는 방식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이번 강원도 대상 규제자유특구 선정에선 복지부의 시범사업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특례를 통해 의사가 직접 자택에 있는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진단과 처방도 환자 옆에 간호사를 입회하는 조건으로 가능하게 했다”며 “원격의료의 모든 과정을 민관의료기관에서 종합적으로 적용해 실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원격의료사업을 전면적으로 펼치기 어려워 제한적 지역과 방법으로 규제특례를 적용한 정부 정책으로는 한계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고 민주당 내에서도 원격의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 전면적 원격의료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