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가 보편적 통신 접근권 확보와 소비자 불만 해소를 앞세운 정부의 거듭된 요구에 5G통신 저가요금제를 내놔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저가요금제 출시는 5G통신 인프라 구축에 쏟아 부은 대규모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적정 수준의 요금제를 마련하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사와 저가요금제 출시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와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시기와 요금제는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통신사들이 연말까지 프로모션 요금을 통해 5G통신을 싸게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 불편에 비해 주는 게 약하다”며 “저가요금제를 내도록 통신사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5만 원 이상으로 구성된 고가의 5G 요금제를 인가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5G통신 수신가능 범위(커버리지)가 전국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망 속도도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의 5G통신 요금제가 비싸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 5G요금제에서도 2만~3만 원대의 저가요금제가 나와야 한다”며 “주파수라는 공공자산을 바탕으로 통신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인데 기업 이윤을 중심으로 요금제가 구성돼있어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고가의 5G요금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과기정통부가 한 차례 SK텔레콤의 5G요금제 인가를 반려하며 5만 원대 중가요금제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고가요금제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데이터가 제공돼 오히려 데이터당 요금으로 따지면 중가요금제가 훨씬 비싸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저가요금제의 출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5G통신망 구축에 들어가는 수조 원대의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고가의 5G요금제을 유지하는 것이 불기피하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는 땅 파서 장사하라는 것이냐”며 “5G통신망 구축에 들어간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LTE 때와 같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 쉽지 않다”고 정부의 저가요금제 출시 요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동통신3사의 2019년 설비투자(CAPEX)는 8조9천억 원 정도로 LTE통신 도입 초기인 2011년의 7조7천억 원, 2012년 8조7천억 원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주파수를 사용하는 5G통신의 특성상 더 촘촘한 기지국 구축이 필요해 기지국 구축을 위한 투자금액이 LTE보다 크고 투자기간도 길어져 이동통신사가 2023년까지 해마다 9조 원을 설비투자에 쏟아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5G통신에서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저가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 “클라우드 게임처럼 5G통신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은 고용량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가 아니면 사실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이 아직 확실한 5G통신 킬러콘텐츠를 내놓지 못했고 5G통신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커버리지 확보도 하지 못한 상태라 저가요금제가 5G통신 이용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동통신사들은 5G서비스 초기라 손익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에 저가요금제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들고 있다. 추가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이통사의 재무적 상황이 악화되면 5G서비스의 조기 안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3사는 2018년 LTE통신에서 3만 원대 저가요금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때는 LTE통신이 2011년 상용화된 뒤 7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LTE때도 어느 정도 데이터 사용 패턴이 쌓인 뒤 이를 분석해 새 요금제를 추가로 내놨다”며 “정부가 요구를 하고 있으니 저가요금제를 출시하겠지만 구체적 요금과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