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안을 꺼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야심차게 추진하던 청년주택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지적받고 있어 청년복지정책의 추진력을 다지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3일 서울시청은 청년 기본소득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청년 기본소득과 관련해 이야기할 것이 없다”며 “차후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면 알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시장은 20일 ‘2019 지방정부 청년정책 협력포럼’에 참석해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힘든데 청년 기본소득처럼 소득을 보장해주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왜 아직 계획조차 알려지지 않는 청년 기본소득을 공개적으로 꺼냈을까?
박 시장은 최근 대표적 청년복지정책으로 추진하던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의 실적이 저조해 비판받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만 19~39세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난을 해소하는 정책이다.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면 민간사업자가 역세권 부지의 주거면적을 모두 임대주택으로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한다.
박 시장은 2016년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청년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에 사업인가를 받은 청년주택은 37곳, 1만4280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최근 3년 동안 단 1곳도 완성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추진된 용산구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2020년이 돼야 준공된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에 민간사업자 참여가 저조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택을 지어도 거래하지 못하고 모두 임대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청년주택사업을 대신해 청년복지정책 기조를 자리매김할 새로운 방안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년 기본소득이 역세권 청년주택사업과 비교해 쉬운 길은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분기 기준 서울시 만 19~34세 인구는 23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 19~34세는 현재 서울시가 취업 지원금인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대상 연령이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월 5만 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115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소요된다.
청년 개개인은 매달 5만 원을 받을 뿐이지만 서울시는 연간 조 단위의 천문학적 예산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에 앞서 청년 기본소득(청년배당)을 시행한 경기도는 예산부담을 우려해 만 24세 청년에게만 월 8만 원가량의 지역화폐를 지원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본소득으로 청년을 돕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며 “하지만 청년 기본소득이 막대한 세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전문적 연구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