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벤처스는 최근 세탁 스타트업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 푸드 테크회사 클리버, 바이오기업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등에 투자했다.
6월 1천억 원 규모로 결성한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를 통해 각종 분야의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펀드는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캐피탈 등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이 출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자회사인 KEB하나은행을 통해서도 벤처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은 4월 지식재산권 담보대출(IP)을 출시한 뒤 모두 654억 원 규모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석 달 만에 약 77건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내줬다.
2015년과 2016년 전체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규모가 각각 841억 원, 202억 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이처럼 벤처투자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든든한 지원 덕분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6월 출범한 하나금융그룹의 혁신금융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독립적 벤처투자 전문회사 하나벤처스를 출범했다.
당시 김 회장은 하나벤처스 출범식에서 “혁신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하나벤처스를 통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혁신금융협의회는 김 회장을 비롯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사장 및 주요 임원 17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협의회를 통해 2021년까지 3년 동안 약 20조 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지 행장 역시 벤처투자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 행장은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지원행사에 참석해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는 사업모델이 되도록 투자규모 뿐만 아니라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과 지 행장 등 최고 경영진들이 앞장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어 하나금융그룹이 혁신금융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셈이다.
다만 벤처기업 투자가 위험성이 높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이나 벤처기업 투자는 그동안 시중은행이 활발히 투자를 벌이지 않았던 분야라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평가할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예금을 기반으로 투자활동을 벌이는 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혁신금융’ 지원 강화 주문에 발맞춰 벤처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가장 빠르게 실적을 내고 있다”며 “다만 투자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