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증권업계의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현대해상은 2분기에 손해보험사 상위 3곳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순이익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해상은 2분기에 순이익 754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49.9%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1분기에 순이익이 19.5% 쪼그라든 데 이어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경쟁사의 순이익 감소폭 추정치를 보면 삼성화재 -32%, DB손해보험은 -16%로 각각 나타났다.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두 차례 올렸지만 여전히 보험료보다 내주는 보험금의 증가속도가 빨라 자동차 손해율이 90%를 웃도는 탓이다. 이에 더해 최근 손해보험사끼리 신계약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업비도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16년 메리츠화재가 장기 인보험에서 신계약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 영업시책을 내놓은 뒤 지난해부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도 본격적으로 신계약을 늘리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해상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고령 유병자보험에 집중하면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험가입심사(언더라이팅)를 강화해야 하는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간편심사를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2016년부터 보유계약의 질적 향상에 주력하기 위해 보험가입 심사를 강화하며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을 펼쳐왔지만 업계의 판도 변화에 따라 전략을 수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면서 보험영업이익뿐 아니라 투자영업이익도 불확실해졌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운용자산이 줄고 이익률도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과거에 샀던 자산을 매각해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이를 다시 재투자할 때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저금리 기조 속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다.
주가도 현대해상의 이런 어려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8일 현대해상 주가는 2만6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6월10일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해에만 주가가 35.3% 하락했다.
그동안 대표적 ‘경기 방어주’로 꼽혔지만 최근 경쟁 심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 저금리기조 등이 맞물리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철영 부회장은 박찬종 전 사장이 1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홀로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는 만큼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 부회장은 2007년 현대해상이 ‘론스타 게이트’에 연루돼 어수선할 때 처음 현대해상 대표이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안정화를 이뤄내는 등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9년째 현대해상 대표이사로 일해온 ‘장수 CEO’의 경험이 더해진 만큼 이번 위기를 노련하게 극복해낼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이 부회장이 1950년 태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일선에서 뛸 시간이 오래 남지 않은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남은 임기 동안 사업구조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6년 만에 단독 대표이사를 맡아 업황 악화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꾀해야하는 과제를 홀로 안게 됐다”며 “손해보험사들의 신계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영업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