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를 향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책임범위가 ‘고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증권사가 코오롱티슈진의 실사 과정에서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손해배상책임, 과징금 부과 등의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상장을 진행한 게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 여부’에 따라 두 증권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범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주관사가 문제를 알고도 상장을 진행했다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지만 고의가 아니라면 상장주관사가 전문적 부분까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코오롱티슈진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성분 변경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고 상장을 진행했다면 법적 처벌과 손해배상책임, 과징금 부과 등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두 증권사가 져야 할 책임의 범위는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상장주관사 때문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을 때 상장주관사에게 주가 하락에 따른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증권신고서 또는 투자설명서에 중요 사항이 누락돼 있거나 허위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2017년 11월 공모가격 희망범위 상단인 2만7천 원으로 상장된 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3만 원 후반대에서 4만 원 후반대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 하락에는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보다 '인보사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2013년 중국 섬유업체 고섬의 분식회계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금융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고섬은 2011년 1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됐지만 두 달 만에 분식회계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되고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고섬은 2010년도 재무제표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1억 위안으로 기재했는데 감사결과 실제 잔고는 9300만 위안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고섬의 상장을 주관한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에게 ‘부실실사’를 근거로 자본시장법상 공시위반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소송을 낸 결과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3심은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원은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이 고섬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과징금을 부과받을 만큼 과실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해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배상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책임을 벗어나더라도 기업공개부문에서 실적과 평판에 타격 입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 증권사는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로 이미 2020년 11월까지 외국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주관을 맡을 수 없게 됐다.
바이오기업의 상장을 주관하기 위해서는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아 전문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자격 제한으로 실적을 쌓지 못하면 바이오 분야 자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고바이오랩'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됐지만 기술특례 상장자격 제한으로 최근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인보사 사태가 잠잠해지기 전까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상장을 주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역시 이들에게 상장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와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11일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 과정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코오롱티슈진의 지주사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을 허위로 제출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허가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장주관사가 이를 알고도 상장을 진행했는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