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인 ‘플리토’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업공개(IPO) 전문가'로서 체면을 지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기업공개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을 처음으로 해내면서 앞으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7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언어빅데이터 기업 ‘플리토’의 흥행을 계기로 앞으로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은 ‘기술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기술특례상장과 달리 ‘사업성’을 평가기준으로 삼는 상장제도다. 기술평가가 어려운 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1월 도입됐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외부 전문평가기관이 진행하는 사업모델의 타당성, 경쟁우위, 연구개발 등과 관련한 평가에서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플리토는 사업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인공지능(AI)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매출원가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플리토는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플리토의 공모가격은 2만6천 원으로 확정됐다. 희망 공모가격 범위 상단(2만3천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는 경쟁률 711대 1을 보인 데다 청약증거금으로 2조7228억 원을 모으기도 했다.
플리토의 영업이익은 2019년 3억8천만 원에서 2020년 38억 원, 2021년 138억8천만 원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플리토의 흥행으로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이 분야에서 첫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으면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오른 셈이다.
올해 들어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공개부문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플리토의 이번 흥행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기업공개 공모총액은 380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8위에 올랐다. 2018년 상반기 기업공개 공모총액(1219억 원)과 비교하면 68.8%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체외진단기업 ‘수젠텍’과 4일 코스닥에 상장한 화장품용기 생산업체 ‘펌텍코리아’는 흥행에 실패해 실권주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주관도 당분간 맡을 수 없다.
인보사 성분 논란으로 코오롱티슈진이 부실기업에 올랐기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코오롱티슈진이 상장된 지 3년이 되는 2020년 11월까지 해외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주관을 할 수 없다.
정 사장은 플리토의 상장을 주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상장을 맡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사업모델 기반 기술특례상장 관련 전문성을 더욱 다져 상반기 실적 부진과 해외기업의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자격 제한 만회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기업공개 실적이 다소 부진하긴 했지만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