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쟁탈전의 과열 양상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다.
다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8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시중은행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출연금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방자치단체와 금고은행 선정과정에서 지역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수준의 출연금을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은행으로 선정되면 대규모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운용하게 되면서 유동성에 도움이 되는 데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유관기관 임직원에 영업활동이 유리해지는 등 이점이 있다.
금감원이 은행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출연금의 산정절차를 들여다보는 것은 출연금이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마련되기 때문이다.
불합리하게 산정된 출연금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는 출연금이 제대로 된 분석 절차를 거쳐 산정된 것인지 현황 조사를 한 뒤 가이드라인 성격의 산정기준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놓고 “은행들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현황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등도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월 지방자치단체의 시금고 선정을 위한 평가기준에서 출연금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은행업계에서는 실효성을 놓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시금고 경쟁에 참여하는 시중은행은 신용도나 자본건전성 등으로 차등화하기 어렵다”며 “결국 배점을 낮춰도 출연금 점수가 금고은행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은행법상 협력사업비를 고객에 부당한 현금성 지원으로 보고 리베이트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이 지방자치단체에 출연금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다 규정이 모호해 제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 34조의2 제1항 제3호는 은행이 해서는 안 되는 불건전 영업행위 가운데 하나로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업무와 관련해 은행이용자에게 정상적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12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선정방식이 공개입찰로 바뀌면서 시중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지만 지난해부터 더욱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신한은행이 4년 동안 3천억 원이 넘는 출연금을 내는 조건으로 1915년부터 100년 넘게 서울시 시금고를 독점해 온 우리은행으로부터 서울시 1금고의 금고은행 역할을 가져온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 시금고는 지난해 단수금고에서 복수금고로 바뀌면서 금고은행 선정에 경쟁이 붙었다.
그 결과 서울시가 1금고를 맡은 신한은행과 2금고를 맡은 우리은행으로부터 4천억 원이 넘는 출연금을 받게 되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금고은행 선정과정에서 높은 출연금을 바라며 경쟁을 붙이는 분위기가 생겼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의회를 중심으로 은행들로부터 출연금을 높여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곳 시중은행은 지난해에만 지방자치단체에 금고지정 입찰과정에서 15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5곳 광역자치단체를 비롯해 44곳 기초자치단체까지 모두 49곳이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을 새로 선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