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 주민들이 6일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쓰레기 해상매립지 조성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올댓송도> |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쓰레기 해상 매립지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되자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인천지역 주민과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의 부인에도 쓰레기 해상 매립지 조성 문제와 관련한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폐기물 해상 최종처리 기술개발 최종보고서’에서 인천신항을 해상 매립지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지역언론 보도가 나간 뒤 인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최종보고서는 소각된 폐기물을 항만 매립에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과 제도 및 기술 수준 등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27일 보도가 나가자마자 인천시와 정부는 알림자료를 내며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해양수산부는 “인천 앞바다 폐기물 해상처분장 조성과 관련한 어떤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해양수산부의 용역은 인천시와 협의 없이 진행된 독자적 용역이라며 2025년 사용 종료를 앞둔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하기 위한 해양 매립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주민들은 박 시장과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최종 보고서에서 인천 신항에 해상 매립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두고 경제성 분석 결과와 사업화 방안까지 제시됐기 때문이다. 민간투자 사업을 전제로 수익성, 위험도, 매립이 종료된 뒤 도입 가능한 부대시설까지 검토하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이 5월 일본 출장에서 환경시설들을 둘러보면서 해상 폐기물 처리장을 방문한 점도 주민들의 의혹을 키웠다.
논란이 확대되자 박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서 “하지 않은 일을, 할 생각이 없는 일을 어떻게 더 아니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라며 해상 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논란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도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인천 신항에 폐기물 해상매립지를 조성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어떠한 경우도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과 인천시의 적극적 해명에도 쓰레기 해상 매립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8일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의 직접해명만이 쓰레기 해상 매립지 논란을 수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주민들은 6일 오후 송도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촛불문화집회’를 열고 해양수산부의 ‘폐기물 해상 최종처리 기술개발’ 연구용역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의 해상 매립지 불가 선언 기자회견도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연수을)도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며 “정부와 인천시가 해당 용역을 폐기하겠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인천시가 거듭 해명을 했음에도 인천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반발하는 것을 두고 붉은 수돗물 사태로 주민들의 신뢰를 잃은 여파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경험한 인천 주민들이 박 시장의 말과 행동에 쉽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시장이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 동안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늑장대처로 사건을 키우고 주민들이 불편을 겪은 뒤에야 공개석상에 나와서 사죄했다”며 “해상 매립지 논란을 빠르게 수습하려면 박 시장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