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대형마트 가운데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홈플러스가 결국 매각절차를 밟게 됐다.
프랑스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수년 전 현지화에 실패해 국내에서 철수했다. 세계 1위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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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천여 명의 시민들이 홈플러스의 걷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도 매각의 운명을 맞이하면서 사정은 다르지만 외국계 대형마트 굴욕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홈플러스의 뿌리는 1999년 삼성테스코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테스코는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삼성물산’과 손을 잡았다. 테스코는 월마트, 까르푸 등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전략을 다르게 짰다.
테스코는 2000년 8월 1호점 안산점 문을 열고 국내서 처음으로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테스코는 2008년 이랜드가 까르푸로부터 인수해 운영해 온 ‘홈에버’ 매장 33개를 품에 안았다.
테스코는 2011년 3월 한국법인의 이름을 홈플러스로 바꿨다. 같은 해 7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최종 지분(5.32%)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국내 유통업체 2위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한 것은 이승한 전 회장에게 사업권한을 맡기는 등 현지화를 추진한 점이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이승한 전 회장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1+1’ 프로모션과 자체브랜드(PB), 문화센터와 연계한 문화사업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월마트와 까르푸는 국내시장에 진출한 지 각각 8년, 10년만에 짐을 쌌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창고형 할인점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 결과였다.
세계 1위인 월마트는 국내에서도 내부 인테리어에 집중하지 않았고 상품들을 1미터 높이로 쌓아올렸다. 신선식품 진열에도 상품을 만져보는 것을 중요시하는 국내 소비자들 소비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월마트는 2006년 점포 16개를 신세계그룹에 8억7200만 달러에 매각했다. 까르푸 역시 같은 해 이랜드그룹에게 18억6천억 달러에 매각하고 국내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만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1994년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코스트코는 전국에 매장 11개를 운영하며 온라인 진출도 꾀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현지 매장운영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회원제 제도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