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41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또 연기한 것을 놓고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케이뱅크 관게자는 이날 “주주사들이 자본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유상증자방안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최대주주인 우리은행(13.79%)이 1천억 원을 투입해 케이뱅크 지분율을 29.7%까지 높이고 나머지 주요주주인 NH투자증권(10%), KT(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한화생명(7.32%) 등과 신규주주 등이 2천억 원의 비용을 나눠 맡아 증자를 진행하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안은 손 회장에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을 확충하면서도 표준등급법 적용으로 낮아진 자기자본비율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은행이 1천억 원의 증자를 해야 한다면 이는 손 회장이 올해 자본운용에서 예상하지 못한 지출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케이뱅크는 KT 주도의 5900억 원 유상증자로 카카오뱅크와 본격적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의 1천억 원 증자를 감당할 여력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후순위채 발행과 우리은행 중간배당을 통해 1조5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둔 데다 우리카드의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발행한 신주를 매각하면 자본여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1천억 원의 증자로 우리금융지주가 감당해야 할 케이뱅크 문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3천억 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자본금이 8천억 원 규모로 늘어난다. 중단된 대출영업 등은 당장 정상화 되겠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자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1분기 흑자를 낸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이 1조3천억 원이라는 점을 살피면 수익을 내기까지 5천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케이뱅크 지분을 늘려놓은 상황에서 추가 유상증자를 하면 높아진 지분율에 맞춰 더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손 회장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은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케이뱅크를 적자 상태에 놔둘 수도 없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로 케이뱅크의 지분을 늘리더라도 새 주주가 되길 원하는 회사가 있으면 이를 넘기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비은행부문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케이뱅크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은 이와 정반대의 행보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적자가 지속되면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일 새 주주를 찾기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케이뱅크에서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손 회장이 이런 위험 부담에도 케이뱅크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시선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데다 인수합병, 완전 민영화 등 앞으로 우리금융지주의 여러 과제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우호적 관계도 맺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부진은 혁신금융을 내세우는 금융위의 큰 고민”이라며 “손 회장이 이번 유상증자를 금융위의 고민을 덜어준다면 금융위도 우리은행지주에게 우호적 시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케이뱅크 주주사들과 함께 다양한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