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인텔의 CPU 위탁생산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텔의 반도체 생산공정 기술력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있는 데다 CPU 경쟁사인 AMD의 기술 발전에 인텔이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인텔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앞세우던 시스템반도체 공정기술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은 2017년에 10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한 뒤 지난해는 7나노 공정을 새로 도입하면서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인텔은 지난해 뒤늦게 10나노 반도체 양산을 발표하고 7나노 공정 도입은 2021년으로 계획하는 등 기술 발전속도가 크게 뒤처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시스템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 개선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텔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CEO의 재임 기간에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구조조정한 결과가 기술 경쟁력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인텔은 삼성전자와 TSMC에 기술력이 한참 뒤처진 만큼 CPU 직접생산을 고집하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삼성전자가 인텔을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로 유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텔과 CPU 일부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인텔이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AMD와 경쟁을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최근 공개한 새 CPU는 TSMC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해 인텔 CPU보다 낮은 가격에도 더 뛰어난 구동성능을 나타냈다.
인텔의 반도체 공정기술력 부족이 CPU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기술이 더 뛰어난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겨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익스트림테크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에 목마른 처지"라며 "인텔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인텔은 변화한 기술환경과 기술 경쟁력 부족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사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