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관련 현안을 놓고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부딪히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박 장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5월9일 경기도 판교에서 게임회사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 세계보건기구(WHO) 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의 국내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7월 협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협의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청 등 정부부처와 게임업계, 의료계,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와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새 표준분류기준을 결정한 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보건기구가 내놓는 분류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며 반대했다.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등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반대되는 태도를 보여왔고 통계청도 이미 새 분류기준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 장관은 우군이 많지 않다.
다만 문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보내는 관심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박 장관에게 큰 힘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스웨덴에서 스웨덴 국왕과 함께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젊은이들이 어울려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e스포츠 현장을 방문했다”며 “오늘 처음으로 경기를 관람했는데 처음 봐도 재밌고 e스포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e스포츠는 최근 스포츠의 또 다른 종목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e스포츠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e스포츠와 정통 스포츠의 협력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문 대통령이 게임산업과 접촉을 늘리는 대목을 긍정적 신호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스웨덴에 대동한 경제사절단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박 장관도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게임업계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과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게임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이 악화하는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 게임을 마약 등 중독물질로 지정하는 셈”이라며 “게임을 둔 인식이 나빠지고 게임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면 게임업계는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후보 당시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부정적 인식과 규제 때문에 한국 게임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며 “부정적 인식과 불합리한 규제를 모두 바꾸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8일까지 한도 폐지와 관련해 의견을 접수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 말까지 결제한도 폐지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스웨덴에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e스포츠 경기를 관람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스포티비게임즈 유튜브 갈무리>
게임 이용자들은 현재 PC온라인게임에서 월 50만 원까지만 결제를 할 수 있다.
박 장관은 4월 취임한 뒤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확대 움직임을 저지하기도 했다.
다만 셧다운제와 관련한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고 문체부는 협의부처인 탓에 문화체육관광부의 목표인 셧다운제 폐지는 이뤄내지 못했다. 셧다운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도 필요하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오전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PC온라인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다. 여성가족부는 2년에 한 번 셧다운제 대상게임을 지정하며 여성가족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