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가가 엔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부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2% 떨어진 15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올들어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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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이날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기아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63% 떨어진 4만7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장중 한때 21만7천 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운 데 이어 21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위아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45% 떨어진 13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만 주가가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1일 전 거래일보다 3.59% 상승한 25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넘겨준 뒤 이날까지 나흘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가 시가총액 3위로 밀려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당시 이틀 동안 시가총액 3위에 머물다 다시 2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번에 날이 갈수록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순위가 처음 뒤바뀐 27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6883억 원 정도였지만 28일 1조7800여억 원으로 확대된 데 이어 29일 2조4천억 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1일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2조8천억 원대까지 벌어졌다.
현대차그룹 주가가 맥을 못추는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현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엔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실적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자동차회사들과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우려가 다른 계열사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123엔대 후반까지 올라 2002년 말 이후 12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의 영향을 받는 원엔 재정환율도 지난해 5월 말 100엔당 1000.89원에서 1일 893.86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원화가치도 지난 1년 동안 11% 이상 급등했다.
앞으로 엔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최근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친 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추가적으로 통화완화정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의 물가수준이 여전히 낮은 데다 경기가 만족할 만큼의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36개 주요 금융기관 가운데 22곳이 일본은행이 올해 안에 추가로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엔저현상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영업환경 전반이 예전처럼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와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몇 년의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가격할인을 앞세우고 있어 앞으로 가격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