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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진 KCC회장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KCC가 거둔 평가차익이 2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 KCC회장의 주식투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KCC는 정 회장의 성공적 주식투자로 소비자 상대 사업과 그룹안정화에 큰 힘을 얻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CC가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제일모직 지분을 통해 2조 원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CC가 10년 동안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비슷한 금액이다. 3년 전 제일모직에 투자했던 정 회장의 판단은 KCC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 셈이다.
정 회장은 다음달 17일이 되면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평가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 정몽진, 어떻게 2조원을 벌었나
정몽진 회장은 2011년 12월 삼성카드가 보유하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17%인 2125만 주를 7741억 원에 샀다.
당시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금산법)에 따라 보유중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춰야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 뒤 회사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상장을 했다. 정 회장은 제일모직 상장 때 주당 5만3천원(공모가)에 750만 주를 팔면서 12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정 회장은 제일모직 주식 1375만주를 여전히 보유중이다. 이를 28일 종가 18만6천 원으로 평가하면 2조5575억 원에 이른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꾸준한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18일 상장첫날 종가는 11만3천 원이었지만 지난 27일 장중 한때 21만 5500원 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제일모직 주가의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정 회장은 2조 원보다 더 많은 평가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 정몽진, 주식투자하는 이유
정몽진 회장이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알려진 적은 없다. 그러나 정 회장의 개인적 성장배경과 가풍 등이 이유로 추측되고 있다.
정 회장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를 받았다. 이런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자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JP모건과 투자인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임석정 JP모건한국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와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출신으로 정 회장과 임 대표는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KCC가 만도지분을 처분할 때 주관사를 맡았고 KCC가 에버랜드의 지분을 매입할 때에도 KCC에 먼저 매입을 제안했다.
정 회장의 주식투자를 가풍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정 회장의 아버지이자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다른 기업들과 우호적 지분 관계를 맺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제일모직 외에도 주식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고 있다.
KCC는 현대중공업에 투자해 3천억 원 정도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으며 현대차에서 900억 원, 현대산업개발에서 1천억 원, 현대종합상사에서 400억 원의 이득을 거두고 있다. 한라에서만 3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KCC는 200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과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 정몽진, 번 돈 어디다 쓸까?
정몽진 회장의 주식투자 성공은 KCC그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CC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태다.
KCC는 지난해 매출이 KCC그룹 전체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했는데 KCC의 당기순이익은 2883억 원으로 KCC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3143억 원의 90%가 넘는다.
즉 KCC그룹에서 KCC만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KCC가 제일모직 지분을 팔아 평가차익을 실현하면 이는 KCC그룹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정 회장이 평가차익을 실현한다면 정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몇 년 전부터 건축자재를 일반소비자에게 파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전국 각지에 인테리어 브랜드인 홈씨씨인테리어 일반매장과 30여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의 이런 노력은 건축 기자재의 구매층을 기존 기업들로부터 소비자로 다각화해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 회장의 이런 노력으로 KCC는 지난해 건축 기자재부문에서 영업이익이 20% 정도 늘어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