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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저평가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책정될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고려해 그동안 주가를 억누르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매긴 삼성물산의 가치는 8조6300억 원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상장계열사 지분가치만 해도 12조 원 이상이고 부동산 등 자산을 모두 합하면 29조5천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가치가 너무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의 주가에 맞춰 삼성물산 가치를 산정했다. 삼성물산 주가의 합병가액은 5만5767원이다. 합병 발표 전날 종가인 5만53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주가는 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취임 뒤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최 사장은 2013년 12월 취임했다.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6만 원선이었다. 삼성그룹의 해결사로 불리는 최 사장이 삼성물산을 맡아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런 기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맞아 떨어졌다. 최 사장은 GE 출신답게 삼성물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최 사장은 해외공사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라이벌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 1위를 9년 만에 탈환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가도 한때 8만 원에 근접하는 등 7만 원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삼성물산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3조 원의 수주를 올려 2013년 19조 원보다 수주가 크게 줄었다.
삼성물산은 최치훈 사장 취임 뒤 국내 주택사업을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기존에 수주한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주택시장이 호황으로 돌아섰는데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나서지 않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 부동의 1위인 래미안 시공사이기 때문에 더욱 의문이 증폭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에서 담합, 해외건설현장 사망사고, 국내외 주요공사 지연 등 악재가 이어졌다. 최 사장이 삼성물산의 각종 위험들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건설업 경험이 부족한 탓이라는 말도 건설업계에서 나돌았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실망스런 경영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무려 57.7%나 줄어들었다. 1분기 수주는 고작 1조4천억 원으로 연간목표의 9%에도 못 미쳤다.
삼성물산이 2분기에도 부진한 경영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2분기에 역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주택부문에서 매출감소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규사업지 매출 증가가 크지 않고 호주 로이힐 매출이 감소하면서 2분기 매출도 감소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가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 7만1900원이었으나 1월 말 5만190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주택시장 활황, 해외 수익성 개선 등으로 다른 건설회사 주가는 반등세를 탔으나 삼성물산 주가만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이 발표된 26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27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7일 장중 한때 7만 원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