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에서 인상속도 조절이 이뤄질까?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에 최저임금이 27%가량 올라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속도에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경영계는 이런 분위기를 환영하지만 노동계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최저임금 고시기한 8월5일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
학계에서는 촉박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회 공전에 따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이 무산돼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최저임금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의 추천권을 정부가 유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특집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2020년 최저임금 인상폭을 향해 "1만 원 최저임금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인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선출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가 다소 빨랐다는 의견을 내놓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박 위원장은 5월30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2년 동안 한국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다소 빨랐다는 데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뜻도 보였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노동자뿐만 아니라 경영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공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최근 있었던 한 여론조사에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8350원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답변은 34.8%를 차지했고 2018년 경제성장률인 2.7%만큼 오른 858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17.9%로 집계됐다.
10% 이상을 인상해 9190원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답변은 14.3%로 나타났고 5%를 인상한 8770원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은 11.9%로 집계됐다.
7.5%를 인상한 8980원으로 해야한다는 답변은 7.7%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와 무응답은 각각 6.7%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 절반 이상인 51.8%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인상폭을 2.7% 이하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도 52.7%로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경영자단체와 노동단체가 인상속도를 놓고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최저임금 결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의 법정 시한은 27일인데 관련 절차를 고려하면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2020년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에서 다양한 요인을 객관적으로 감안해 심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 관계자는 “소득양극화와 저임금 문제 해소 의지 대신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라는 정부 지침에 공익위원이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란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