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재용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바이오와 제약사업에서 1조8천억 원의 매출과 영업이익률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두 회사 합병은 이같은 바이오사업의 목표달성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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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합병을 결정하면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2%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현재 제일모직 46.3%, 삼성전자 46.3%, 삼성물산 4.9%, 퀸타일즈 2.5%로 구성돼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가 돼 바이오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으로 바이오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과 관련해 “삼성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돼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증권회사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이 바이오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규사업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현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의 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오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며 진단했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담당하고 있는 의학생명공학분야인 ‘레드바이오’뿐 아니라 농수산물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한 ‘그린바이오’사업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사업 역량이 더욱 강화하는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사업에 그동안 1조 원 남짓을 투자했다. 2010년 세웠던 투자금액의 절반 정도 집행됐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통합 삼성물산을 등에 업고 투자를 확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IT기술 역량에 의학과 바이오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의료와 바이오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에도 보아오포럼에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낮출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10년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와 제약사업을 꼽았다. 2020년까지 바이오사업에 2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이듬해인 2011년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삼성물산이 미국 퀸타일즈와 손잡고 3천억 원을 출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나서며 바이오사업의 첫 걸음을 뗐다. 그 뒤 오리지널약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내놓고 최종적으로 자체적으로 바이오신약 개발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으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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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290억 원을 냈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 BMS 등의 제품을 위탁생산해서 발생한 매출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계약과 기술수출 등으로 763억 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벌어들인 매출이 1천억 원을 넘어서며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이 성장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08억 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5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규모가 1천억 원에 이른다. 수익을 내기까지 갈 길이 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현재 3만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1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4월 15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을 완공하고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1공장과 2공장을 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18만 리터로 세계3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까지 맺은 위탁생산 계약만으로도 두 공장의 가동능력을 모두 채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에 따라 두 공장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서는 내년부터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내년부터 바이오시밀러에서 매출발생이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총 5종으로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가운데 SB4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럽 의약품감독국에 판매허가를, SB2는 유럽 의약품감독국에 판매허가를 각각 신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