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5-29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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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화와 신고제 등록 등을 담은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가상화폐시장도 대형 거래소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규제기준인 ‘가상화폐(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대신할 관련 법률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미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공식 법령이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업계 자율규제인 가이드라인의 유효시한도 7월9일로 끝나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6월 안에 가상화폐거래와 관련된 국제표준안을 내놓는 점도 정부에서 가상화폐거래소에 관련된 법제화를 조만간 추진할 요인으로 꼽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월 말 국제 총회에서 “국제자금세탁 방지기구가 가상화폐에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 국제기준을 내놓으면 국가들이 여기에 맞춰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윤경·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2건을 토대로 가상화폐거래소에 관련된 법률 정비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융회사로 규정해 문을 열 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상호와 대표자 이름 등을 신고해야 하는 신고제 도입이 공통으로 담겼다.
제 의원의 개정안에는 가상화폐거래소를 금융회사로 규정해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앞으로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기존 금융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가상화폐거래소가 신고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은행이 금융거래를 거절하면서 ‘벌집계좌’를 강제 회수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갔다. 벌집계좌는 거래소의 법인계좌 아래 투자자의 개인계좌를 둬서 투자금을 직접 받는 방식을 말한다.
이 개정안들이 가상화폐거래소에 관련된 법제화에 반영된다면 가상화폐시장은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으로 대표되는 대형 거래소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거래소가 아니면 자금세탁 방지시스템의 구축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대형 거래소 4곳은 연초부터 자금세탁 방지 공조에 협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대형 거래소 4곳은 실명 가상계좌를 발급받는 계약을 시중은행과 각각 체결한 상태라 벌집계좌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부정적으로 판단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특금법 개정 이후 은행이 실명 가상계좌를 새로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가상화폐거래소 대다수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내 가상화폐거래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거래소의 잇따른 폐업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가상화폐거래소와 관련된 법률이 마련되면 사업 양성화에 따른 ‘옥석 가리기’도 진행되는 만큼 중견 가상화폐거래소에게도 중장기적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화폐거래소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면 제도권 안에서 운영될 기반을 얻게 된다. 투자자도 피해를 법적으로 보상받기 힘들다는 불안을 털어낼 수 있다.
중견 가상화폐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가 2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특금법 개정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생기면 충족하면 되니 훨씬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거래소 대표들은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라며 “은행이 법적 기준을 충족한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 가상계좌를 의무적으로 발급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이뤄진다면 시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