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5-24 16: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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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자담배 ‘쥴’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상품에 매기는 담뱃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쥴’을 비롯해 새로 출시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상품의 매출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담뱃세율 조정을 점진적으로 검토할 방침을 세웠다.
▲ 액상형 전자담배 '쥴'이 한국에 정식 출시된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GS25 편의점 매대에 쥴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담뱃세는 담배소비세, 개별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에 부가가치세를 더해 부과되는 전체 세금을 아우른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이 모두 연관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쥴이 24일 공식 출시된 만큼 향후 상황을 더욱 살펴본 뒤 다른 담뱃세 관계 부처와 세금구조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해 관계 부처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세율 조정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끓여 증기를 들이마시는 방식의 전자담배다. 담뱃잎 스틱을 전자장치에 넣고 고열로 찌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다른 방식의 제품이다.
현행법상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1㎖당 일정 금액을 과세하는 방식으로 담뱃세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일반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과세되는 세금이 비교적 적다.
예컨대 쥴은 니코틴 용액 카트리지 1개를 기기에 끼워 여러 차례 피우는 방식인데 쥴의 카트리지인 ‘포드’에 매겨진 담뱃세는 1개당 1769원(부가가치세 포함)이다.
같은 용량 기준을 다른 담배 제품에 적용하면 일반담배는 1갑당 3323원,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담뱃잎 스틱인 ‘히츠’는 1갑당 3004원의 담뱃세가 매겨진다.
일반담배에 매긴 담뱃세를 100%로 놓고 비교하면 쥴의 담뱃세는 53%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포드 1개의 소비자가격은 4500원 정도로 일반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1갑과 같다.
같은 가격에 매겨진 세금이 적어 쥴 포드 1개가 팔렸을 때 사업자가 얻는 이익이 일반담배 1갑이나 궐련형 전자담배 1갑보다 더욱 많아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과세 형평성 논란이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한 인기제품이다. 쥴을 생산하는 쥴랩스도 한국법인 쥴랩스코리아를 앞세워 한국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KT&G도 27일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를 출시해 맞불을 놓는다. 일본 전자담배회사 죠즈도 6월에 액상형 전자담배상품을 국내에 내놓는다.
김우석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낮은 시장 점유율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덜했지만 제품이 흥행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시장 점유율 3~4%만 되어도 형평성과 세수 문제 때문에 세율 조정 의견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흥행으로 불거진 과세 형평성 논란을 담뱃세율 인상으로 매듭지은 전례도 있다.
아이코스가 2017년 5월 국내에 출시됐을 당시 궐련형 전자담배에 매겨진 담뱃세율은 일반담배의 50% 수준이었다.
그러나 형평성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개별소비세와 지방세 등의 세율 인상을 잇달아 추진한 끝에 일반담배의 90% 선으로 담뱃세율을 맞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