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루보틀, 커피가 아니라 1시간 줄 서는 '가치'를 팔다

▲ 22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블루보틀'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

“여기가 뭐 하는 곳인가요?”

22일 오후 ‘블루보틀’에 들어가기 위해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사람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물었다. 

블루보틀은 2002년 제임스 프리먼이 미국에서 설립한 커피 전문점이다.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콩을 갈아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 주는 ‘슬로 커피’ 를 추구한다. 

해외진출은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여서 커피 마니아들은 물론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매장을 연 지 3주가 지난 지금도 매장 밖부터 주문하는 공간인 1층까지 대기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보통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주문을 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고객들은 블루보틀의 상징인 파란물병 앞에서 '인증' 사진만 찍고 가기도 했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셀카봉을 이용해 동영상을 찍고 있는 고객이 눈에 띄었다. 블루보틀을 방문해 주문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것이다.

아직까지 블루보틀은 소셜네트워크에서 ‘희소성’이 높은 장소로 꼽힌다. 한마디로 '핫 플레이스'다. 

방문객 한 명을 붙잡고 "1시간 넘게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보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시간을 내서 방문한 것”이라며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블루보틀과 관련한 글도 게시할 겸 왔다”고 말했다.

1층으로 내려갔더니 블루보틀 상징이 그려진 머그컵과 에코백, 원두 등의 ‘굿즈’를 전시해놓은 공간이 눈에 띄었다. 

블루보틀이 그려진 머그컵은 2만 원, ‘트레블 머그’는 3만9천 원 등 일반 머그컵 등과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블루보틀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블루보틀 굿즈도 함께 구매하고 있었다.

굿즈를 구매했다는 한 고객은 “일반 머그컵 가격을 생각하면 비싸지만 이곳에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아서 샀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블루보틀 굿즈는 관광지 기념품인 듯 보였다. 

기자 역시 1시간가량 기다린 끝에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현장] 블루보틀, 커피가 아니라 1시간 줄 서는 '가치'를 팔다

▲ 블루보틀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


여러 개의 커피 드립기구가 배치된 곳에서 커피 무게를 잰 뒤에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린다.

블루보틀은 매장 안에 와이파이와 콘센트 등을 설치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블루보틀을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블루보틀 바리스타에게 하루 평균 몇 명이 방문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개장 첫 날 보다는 줄었지만 하루에 1천여 명의 고객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커피 맛을 놓고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카페라떼를 주문한 고객은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라떼를 마셔보니 1시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고객은 "다른 커피 전문점보다 커피 맛이 진하고 고소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릴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커피 맛을 떠나 블루보틀이 당분간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루보틀은 네슬레가 지분 68%를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5월3일 성수동에 1호점을 열었다. 6월에는 삼청동에 2호점을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