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베트남 법인의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콩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이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정 사장이 밝힌 동남아벨트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베트남 법인의 성장을 위해 유상증자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홍콩과 인도네시아 법인과 달리 베트남 법인의 실적이 여전히 좋지 않다.
베트남 법인은 2019년 1분기 순손실 1억3600만 원을 냈고 2분기에도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반면 홍콩 법인은 2019년 1분기 해외채권 중개금액 확대와 투자금융 수익 증가로 순이익 102억 원을 거뒀다.
인도네시아 법인도 위탁매매와 신용공여 확대를 통해 순이익 23억 원을 냈다.
베트남에 2009년 인도네시아 법인과 같은 해에 진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 사장은 베트남 법인의 부진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정 사장이 동남아시아에서 NH투자증권의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베트남 법인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 사장은 올해 초 “동남아벨트 구상은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이곳들을 유기적으로 묶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베트남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는 베트남 법인의 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의 자본금은 340억 원 규모로 경쟁사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KB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베트남 법인 자본금을 300억 원에서 1천억 원까지 키웠으며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3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베트남 법인 자본금을 900억 원 규모로 늘렸다.
베트남 자본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들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베트남 법인의 유상증자가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정 사장은 홍콩과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에서 NH투자증권을 안착한 성과를 거둔 만큼 베트남 법인의 기초체력을 보강한다면 베트남에서도 성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홍콩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이 1분기에 호실적을 낸 데는 유상증자를 통해 기초체력을 보강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지난해 홍콩 법인에 1404억 원, 인도네시아 법인에 30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홍콩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투자금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정 사장이 베트남 법인의 성장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경제성장에 따라 주식 위탁매매서비스뿐 아니라 자금조달, 기업공개 등 투자금융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 사장이 베트남 법인에 유상증자를 적극 검토할 요인은 충분하다.
베트남 국가재정감독위원회는 2019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6.9~7.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1분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9%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6%포인트 감소했지만 2009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규모도 2019년 1분기 108억 달러로 집계돼 최근 3년 사이 제일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1분기에만 약 2만8500개의 신규 기업이 설립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은 2018년에 NH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로 편입돼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지난해부터 영업기반을 다져온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