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한 제재조치를 대폭 강화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다양한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기회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와 현지 통신사를 대상으로 5G시대에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5G통신 관련 사업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CNN비즈니스는 17일 “오늘은 무선통신업계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날”이라며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판매가 시작되며 5G통신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하며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처음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CNN비즈니스는 삼성전자가 애플 등 경쟁사보다 훨씬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며 미국 통신사들이 갤럭시S10 5G를 통해 5G 서비스의 기반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갤럭시S10 5G 미국 출시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의 강도를 높이면서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과 무역거래를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에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세계 5G 스마트폰과 통신반도체, 통신장비시장에서 모두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5G시대 최고 라이벌로 평가받는데 미국시장에서 행보가 크게 엇갈리게 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화웨이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탑재하는 인텔과 브로드컴 등 미국 반도체기업의 제품을 사들이지 못한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영국을 포함한 동맹국가에도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을 통해 세계 통신사와 깊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화웨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제재 강화로 통신장비 공급망을 확대하며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개인 트위터를 통해 “화웨이가 곧 핵심부품과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와 같은 기업이 좋은 품질과 적당한 가격의 5G 통신장비를 공급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업이름까지 직접 들며 말했다.
삼성전자가 5G통신망 구축을 비교적 일찍 시작한 미국에서 통신장비 공급 확대를 통해 성공적 수주사례를 확보한다면 다른 지역의 통신사도 삼성전자의 장비 채택을 적극 추진할 공산이 크다.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 등 미국 3대 통신사가 모두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를 사들여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G통신장비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선제적 생산투자로 공급능력도 확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5G 통신장비 생산공장 가동식에 직접 참석하며 통신장비사업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통신사들이 5G 인프라 구축에 맞춰 5G 가입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려 할 가능성도 큰 만큼 5G 스마트폰 출시 확대에 유리한 삼성전자에 수혜가 더욱 집중될 수도 있다.
▲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5G 통신장비 솔루션.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한 임원은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미국이 5G시대 주도권을 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갖춘 5G 통신장비와 반도체, 스마트폰 등의 기술을 활용한다면 미국에서 5G통신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정부와 통신사를 상대로 삼성전자가 5G통신 관련된 분야에서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가 미국과 화웨이의 거래 중단에 이중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도 떠오른다.
LA타임스는 화웨이가 그동안 미국에서 사들이던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물량 소화를 확대하며 공백을 채우려 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IT업황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더 큰 기회를 맞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