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중 전 CJ 사장이 또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번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함께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에서 풀려난 지 두 달 만에 다시 검찰의 부름을 받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횡령이 아닌 증여세를 안 냈다는 이유다. 모두 이재현 회장과 연결된 사안이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부적절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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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대중 전 CJ대표이사 |
9일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말 하대중 전 CJ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 사장이 이재현 회장으로부터 받은 서울 한남동 유엔빌리지 제이하우스에 대한 증여세 20억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다. 특별경제가중범죄처벌법에 따르면 포탈 세액이 5억 원이 넘으면 검찰에 고발하게 되어 있다.
검찰은 이번 고발을 배당하고 수사를 펼친 뒤 기소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의 집인 유엔빌리지 제이하우스는 CJ건설이 지은 10가구짜리 고급주택으로 2009년 시세로 한 채에 45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은 이 집이 누구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재현 회장이 하 사장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소유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 사장의 공로를 인정해 인센티브로 준 것인지가 초점이다.
이 집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이 회장이 수천 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을 때 CJ그룹 오너의 최측근인 하 전 사장도 함께 소환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려 빌라를 산 뒤 이를 숨기기 위해 하 사장의 이름을 빌려 하 사장이 소유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하 전 사장이 제이하우스에 대한 소유권 포기각서를 작성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제이하우스는 30여 년 동안 CJ그룹에서 일했고 사장까지 지낸 하 전 사장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한 급여”라며 “비공식적으로 지급된 이유는 다른 임원들에게 공개됐을 경우 한국적 정서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이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린 게 아니라 회사 돈으로 전문경영인에서 상여금을 준 것이다.
검찰은 하 전 사장에게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하 전 사장은 지난 2월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1657억 원에 대한 탈세 회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국세청이 나서 하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 전 사장이 문제가 된 집을 인센티브로 받았다면 증여세 등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정에서 빌라의 소유주가 하대중 전 사장이라고 인정했으므로 증여세를 부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고의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고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 전 사장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법원의 선고대로 빌라의 소유를 주장하면 검찰수사와 함께 증여세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이 회장의 차명재산임을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을 뿐더러 지난 재판에서 이 회장을 위해 거짓 진술을 한 점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 전 사장은 1977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30년이 넘게 CJ그룹에서 일해 왔다. 1996년 제일제당 이사보에 오르면서 임원이 됐고 1997년 제일제당의 CJ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총괄을 맡았다. CJ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하 전 사장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추진 등 회사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그만큼 이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