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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생전에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을 두고 “쟤(이인희)가 아들이라면 내가 지금 무슨 근심이 있겠나”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 고문은 삼성그룹에서 제지사업을 물려받아 한솔그룹을 키워낸 여성 오너 경영인이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사장은 할머니인 이 고문의 경영 DNA를 물려받았을까?
한솔그룹의 3세이자 범삼성가 4세 경영인 조 부사장의 경영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 컨설턴트 출신 조연주, 범삼성가 4세 경영의 닻을 올리다
조연주 부사장이 한솔케미칼 주식을 또 늘렸다. 한솔케미칼은 조 부사장이 자사주 38주를 장내에서 매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이 들고 있는 지분은 751주로 늘었으며 지분율은 0.01%다.
조 부사장은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의 맏딸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다.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한솔케미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범삼성가 4세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솔케미칼 주식 108주를 처음 취득한 뒤 매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한솔그룹 오너 3세 가운데 한솔케미칼 주식을 보유한 이는 조 부사장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들은 조 부사장이 꾸준히 한솔케미칼 지분을 늘리고 경영에서도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한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마친 뒤 한솔케미칼을 계열분리한 다음 조 부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 부사장은 조 명예회장과 이창래 서우통상 회장의 딸인 이정남씨 사이에서 2녀1남의 장녀로 태어났다.
조 부사장은 1979년 생으로 올해 37세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빅토리아시크릿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했다. 지난해 한솔케미칼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조 부사장은 입사한지 1년여 만인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솔그룹에서 4세 경영권 승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 부사장이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데다 미국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어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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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혁 한솔케미칼 명예회장 |
한솔케미칼은 과산화수소와 라텍스 등 화학약품을 만드는 회사다.
한솔케미칼은 국내 과산화수소 1위 업체인데 지난해 전체 매출의 43.3%가 제지와 반도체용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에서 나왔다.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세정용과 LCD 식각용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솔케미칼은 주력사업 외에도 최근 투자와 인수합병에 적극 뛰어드는 등 사업분야를 넓히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한솔케미칼에서 기획실장을 맡은 뒤 회사의 인수합병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한솔케미칼이 그린포인트 글로벌 미텔슈탄트 펀드 등과 미국 벤처기업인 니트라이드솔루션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또 지난해 OCI 자회사인 OCI-SNF 지분 50%를 인수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 조동혁, 독자경영체제 구축해 계열분리 나설 듯
한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조동혁 명예회장으로 14.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한솔홀딩스와 한솔제지는 이인희 고문의 3남인 조동길 회장이, 한솔케미칼은 조 명예회장이 지배하는 모습이다.
조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범삼성가에서 4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는 점뿐 아니라 한솔그룹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한솔그룹이 형제간 계열분리를 가시화하고 그에 따라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한솔케미칼은 100% 자회사인 ‘한솔씨앤피’를 이르면 연내 혹은 내년 상반기에 기업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씨앤피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계열분리 작업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솔그룹은 한솔로지스틱스→한솔홀딩스→한솔라이팅→한솔EME→한솔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고리를 끊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내년 말까지 계열사들 사이 지분관계를 차례로 정리하면 100%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동혁 명예회장은 한솔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한솔케미칼을 중심으로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한 뒤 향후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1분기 깜짝 실적 낸 한솔케미칼, 성장세 이어질까
한솔케미칼은 올해 1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한솔케미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115% 증가한 883억 원, 119억 원을 기록했다.
한솔케미칼의 1분기 실적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이익률이 13.4%로 과거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8%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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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희 한솔그룹 명예회장 |
한솔케미칼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낸 것은 반도체/LCD 신규라인 증설에 따른 효과를 누린 데다 기초 원재료 공급과잉에 따른 원재료 가격인하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솔케미칼의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솔케미칼이 2분기에도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며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과 대비해 117% 증가한 141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적자가 지속되던 중국법인의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삼성전자 반도체 (D램, V낸드, 시스템LSI), LGD 및 중국 BOE, CSOT로부터 과산화수소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전방산업인 반도체 가동률은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관련 소재의 출하량도 3분기부터 집중적으로 늘어 하반기 이후 실적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솔케미칼 주가는 5월 초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배 넘게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올라 조 명예회장의 보유지분가치도 지난 1월 600억 원대 중반에서 현재 900억 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한솔케미칼이 향후 계열분리에 나서려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솔케미칼도 재벌그룹의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로 고속성장한 경우다. 한솔케미칼은 2010년 이후 화학업계가 세계 경기침체로 부진한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한솔제지와 한솔홈데코, 한솔아트원제지, 삼영순화 등 한솔그룹 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삼영순화와 327억 원, 한솔제지와 587억 원의 거래를 해 모두 1369억 원의 매출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한솔케미칼은 내부거래를 통해 1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오너 일가 지분이 30%가 안 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