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사업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선다.
금융당국의 제재로 4개월 동안 발행어음사업에 힘을 쏟지 못한 만큼 앞으로 발행어음사업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 한국투자증권의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발행어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IB)가 만기 1년 이내로 자체 신용에 따라 발행하는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투자금융(IB)사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들에게는 '핵심사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2018년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한국투자증권 4조3천억 원, NH투자증권 1조8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2018년 1월 전체 발행어음 잔고가 1조3천억 원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났다.
두 회사는 올해 새롭게 발행할 발행어음 목표치를 각각 2조 원으로 잡아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연 수익률 5%에 이르는 특판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에 연 5% 적립식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한 것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말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받아 주춤한 탓에 1분기 새로 발행한 발행어음 규모가 NH투자증권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새롭게 발행한 발행어음의 규모는 한국투자증권이 4천억 원, NH투자증권이 6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면서 선두주자로 뛰어들었지만 발행어음 부당대출 논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다행히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를 받은 지 4개월 만에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로 분류되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으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위에서도 경징계가 확정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다.
정 사장은 1분기 발행어음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만큼 남은 기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발행어음 발행량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이어 KB증권도 후발주자로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만큼 선두주자로서 한국투자증권의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8일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KB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 사업자는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제재가 경징계로 끝나면서 발행어음 영업정지 발생하지 않아 긍정적”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의 이익 증가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