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2019년 대기업집단 총수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총수가 별세한 LG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은 총수가 바뀔 것으로 보이며 현대자동차그룹 대림그룹도 총수가 새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30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이르면 5월8일경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내놓으면서 그룹의 총수 격인 ‘동일인’을 지정한다.
공정위는 매해 5월1일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통해 동일인을 공개해 왔지만 2019년은 일부 그룹의 사정으로 시기가 늦어지게 됐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을 공식적으로 대표한다. 공정위가 동일인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묶어 공정거래 규제를 적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규모와 형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에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그룹들의 기존 동일인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1년 동안 세상을 떠났다.
조원태 회장이 8일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17일 만에 회장으로 취임한 데도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는 총수의 경영책임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그룹의 실제 경영자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에는 지분율보다 더 중요한 ‘사실상의 영향력’이라는 요건이 있다”며 “사실상의 영향력은 그룹의 운영, 지배 구조와 관련된 계획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대표이사 회장 등도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로 꼽힌다.
이들이 몸담은 그룹들의 기존 동일인인 이준영 대림그룹 명예회장,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모두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다만 공정위가 조석래 명예회장의 경영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효성그룹의 동일인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에도 같은 이유로 동일인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도 기존 동일인의 경영 퇴진에 따라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들이 몸담은 그룹들은 기존 동일인이 비교적 최근에 경영 퇴진을 공식화한 만큼 지배구조 정리가 끝나기 전까지 동일인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만만찮다.
공정위가 기존 동일인의 공식 퇴진 없이도 지배력과 경영 참여도를 기준 삼아 일부 그룹의 동일인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8년 삼성그룹 동일인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롯데그룹 동일인을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각각 바꾼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 동일인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이후 공식행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3월에 연이어 열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되면서 명실상부한 총수에 올랐다는 평가도 받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대기업집단에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동일인으로서 누가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며 “사전 작업을 마치고 법령 기한인 5월15일 전까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