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올해 1분기에도 제약업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한양행 실적은 상품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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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
올해 유한양행 수장이 된 이정희 사장이 유한양행의 체질을 개선할지 주목된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1분기 매출이 2410억 원으로 제약업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1584억과 3375억 원으로 업계 1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매출은 6.74%,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8%, 11.4% 늘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지난해 매출을 이끈 해외 도입 신약들의 판매호조가 이어져 업계 1위 위상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유한양행이 상품매출만으로 1위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 매출은 지난해 2790억 원으로 2010년 32억 원에서 4년 만에 90배나 커졌다. 이 덕분에 유한행양은 2011년까지 6천억 원대였던 매출을 1조 원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와 판매계약은 상대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바꾸는 등 상황이 언제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상품판매가 아닌 자체 제품의 매출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한미약품, 녹십자 등 경쟁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유한양행을 따라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1분기에 매출 2147억 원을 올렸고 녹십자도 매출 2143억 원을 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크게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한 1918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쟁기업들의 매출 증가세가 유한양행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1분기에 상위 7개 제약회사 연구개발비는 6336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제약회사들은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쏟아 붓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1분기 연구개발비 비중이 21.6%에 이른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비중이 5.7%로 2013년 6%보다 오히려 줄었다. 유한양행이 탄탄한 매출과 풍부한 자금에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유한양행은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임상2상을 마친 것을 제외하면 개발중인 신약의 임상진행 속도가 더뎌 당분간 신약출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이 신약출시와 제품개발보다 상품도입에 힘을 쏟는 이유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 꼽힌다.
유한양행은 유한재단이 지분 15.40%, 국민연금이 지분 11.89%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유한재단은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한다.
이 때문에 경영자가 신약개발 등 장기 성장동력 발굴보다 상품영업 등 단기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한양행 경영책임을 맡게 된 이정희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이 사장은 3월 말 김윤섭 전 사장의 뒤를 이어 21대 유한양행 대표로 취임했다.
김 전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시장지향 연구개발과 미래사업 발굴육성을 신임 대표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사장 취임 뒤 유한양행이 연구개발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 의지를 천명했다”며 “3676억 원에 이르는 현금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사장의 경영기조가 김 전 사장의 영업중심 경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사장이 유한양행에 입사해 20년 이상 영업과 유통, 마케팅업무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매출 1조 원, 업계 1위를 이룬 방식을 떠나 새로운 곳에 투자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